일반·교육행정 통합 관련단체 반발로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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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9일 서울시교육청 5층 교육위원회 회의실에서는 내년 서울시 교육에 쓸 4조3천여억원의 예산을 놓고 시교육청과 시교육위원회 사이에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교육위원들은 시교육청이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 중 일부 비목에 대해 실효성을 따진 반면 시교육청은 이를 변호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하지만 이런 신경전이 별 소득을 거두기 힘들다는 현실을 시교육청이나 교육위 모두 잘 알고 있다. 다음달 열리는 서울시의회 문화교육위원회나 예산결산위원회가 교육위원회의 심의 내용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도 교육청은 시.도로부터 교육과 학예에 관한 사무를 위임받고 있다. 이곳에서 정해진 예산.결산안, 조례안 등은 심의 권한만을 지닌 교육위원회와 심의.의결 권한을 지닌 시.도의회 두 곳을 중복해 거치도록 돼 있다. 이러다 보니 교육위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시.도의회는 이를 따를 의무가 전혀 없다.

현행 지방자치 및 교육자치법상 집행부 두 곳(시.도, 시.도교육청)과 의회 두곳(시.도의회, 교육위원회)이 나누어지면서 해마다 반복되는 전형적인 비효율 행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년 3백65일 중 1백80일 정도를 시의회나 교육위원회의 업무에 매달린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재정경제부가 최근 지방자치와 일반자치를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본지 10월 24일자 1, 13면)을 낸 데엔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분리돼 빚어지고 있는 비효율을 깨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육과 학예에 관한 업무(교육감 관장)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어 학교 부지를 확보하거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아무런 기여를 할 수 없는 현실을 개선하려는 목적도 있다.

또한 시.도교육청 예산의 90% 가까이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전입된 것이어서 교육감이 지방자치단체장을 빼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힘든 현실도 감안됐다.

문제는 일반행정과 자치 행정을 어떻게 통합하느냐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집행부 통합'은 현재처럼 교육감을 따로 선출하지 말고 광역자치단체 선거 때 시장이나 시.도지사와 교육 부시장 및 교육부지사가 '러닝메이트'로 함께 출마해 주민들의 표로 심판을 받게 하는 방안이다.

또 현재 교육위원회를 시.도의회의 분과위원회(문화교육위원회)로 통합시켜 두개 의회를 하나로 합치는 방안도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통합 방식을 놓고 당사자 집단은 물론 교육 관련 단체들도 반발하면서 통합 논의가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집행부 통합의 경우 당장 다음달부터 예정된 충북 교육감 선거나 내년 7월 실시될 서울 교육감 선거에 적용되기엔 기간이 너무 촉박한 실정이다. 출마 예정자 및 이해 단체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 의회 통합 역시 교육위원회나 시.도의회 관계자들의 집단 반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통합 문제는 김대중 정부 때 추진되다 교육 관련 단체들의 반발에 부닥쳐 한차례 미뤄졌다. 또 현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 지방분권위원회가 2005년 이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었으나 구체적 대안이 제시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교육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떠밀려 탁상공론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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