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자고나니 한결 친숙/북녘손님들,호텔종업원과 거리낌없이 농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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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북조선사람 무섭지않느냐”/“잘먹었습네다” 꼬박꼬박 인사
역사적인 남북총리회담이 열리는 5일 북한측대표단 일행은 오전6시에 일어나 숙소에서 신문과 TV를 보고 아침거리를 구경하면서 서울에서의 이틀째를 맞았다.
연형묵총리는 실무자들과 함께 회담준비상황을 점검한뒤 일행과 함께 오전7시45분쯤 숙소인 인터컨티넨탈호텔 1층 한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북측대표단은 식당에 들어서면서 웃음띤 얼굴로 종업원들에게 『밤새 잘 주무셨습네까』라고 인사했고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떠날때에도 빠짐없이 『덕분에 잘 먹었습네다. 고맙습네다』라며 예의를 갖췄다.
연총리는 식당에 들어서면서 종업원들에게 『북조선사람을 만나서 무섭지 않느냐』고 조크. 종업원이 『왜 무서우냐』고 반문하자 연총리는 빙그레 미소를 짓기도 했다.
연총리는 식사도중 『남조선에선 양복 한벌에 얼마하느냐』 『호텔종업원이 되기위한 전문교육기관이 있느냐』고 물었고 림춘길보좌관은 『서울 음식이 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재료도 비슷하고 입맛에 맞는다. 통일을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아침 이들은 자신들만의 홀가분한 시간을 가진듯 여유있는 모습으로 종업원들을 상대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한 수행원은 종업원에게 남쪽에서 사용치 않는 북쪽말들을 설명해주면서 『북조선에서는 주스를 귤차라고 한다』고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아침식사 메뉴는 민어구이와 더덕생채를 곁들인 사골정식으로 창란젓ㆍ김치 등도 함께 준비됐다.
이들은 오전8시20분쯤 식사를 모두 마쳤으며 복도에서 만난 우리측 기자가 『잘 잤느냐』고 인사하자,『여러가지로 잘 대해줘 불편함없이 잘 잤다』고 대답했다.
이에앞서 북측대표단 일행은 4일 오후11시쯤 영화관람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간뒤 일부는 피로한듯 샤워를 마치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으나 일부는 자정이 넘도록 모여 앉아 5일 회담전망에 대해 집단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5일 낮까지 외출ㆍ외박을 포함한 일체의 개별행동을 하지 않았다.
또 예정시간보다 30분 늦은 4일 오후7시20분부터 힐튼호텔에서 열린 북측대표단 환영만찬은 남북대표단의 환영사와 답사가 끝난뒤 샴페인ㆍ포도주잔으로 건배하면서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두시간동안 진행됐다.
양측참석자들은 『동포끼리 만나니 전혀 처음 만난것 같지 않다』며 민족적 동질감을 확인하기도 했다.
만찬장에는 서울올림픽주제가 「손에 손잡고」와 「선구자」 「고향의 봄」 등이 실내악으로 연주됐다.
연현묵총리 등 북측대표단 일행은 만찬이 끝난뒤 자리를 옮겨 우리측대표와 함께 오후9시50분부터 숙소호텔옆 한국종합전시장 4층 국제회의실에서 문화영화 「우리의 보배」를 한시간 동안 관람했다.
북측기자단대표 김천일씨는 『이 영화는 구석기시대부터 조선말까지의 역사설명』이라며 『북조선내용은 하나도 없었다』며 다소 불만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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