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 대상 과학연수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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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지난달 30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대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 바로 전날 밤 KAIST의 과학위성 1호와 교신이 극적으로 이뤄진 만큼 국정감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그러던 중 젊은 층에 속하는 모의원의 질의가 이어졌다. "우선 과학위성 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것을 축하합니다. 그런데 그 위성의 목적이 우주를 관측하는 것이라는데, 우리가 1백억원을 들여 우주를 볼 이유가 있습니까. 지구를 봐야지 쓸데없이 우주를 봐서 어디에다 씁니까."

순간 국정감사장 증인석 뒤에 앉은 KAIST 교수들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KAIST와 함께 같은 자리에서 감사를 받은 광주과기원 모 교수는 "위성을 제작하는 기술은 물론 부품 제작 노하우를 외국에 갖다 팔 경우 1백억원 이상의 시장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니까 많은 이공계 우수 두뇌들이 외국으로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한숨지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소속 의원의 수준이 이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다른 분과 소속 의원들의 과학기술 소양은 물어보나마나다.

역대 대통령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 정도에 따라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희비의 쌍곡선을 그려왔다.

유신독재 논란을 떠나 고 박정희 대통령은 과학기술자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쏟아 오늘날 과학기술의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 대해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세워 해외의 우수한 두뇌들을 영입하고 수시로 연구원에 들러 진행상황에 관심을 가졌던 박대통령이 있었기에 과학기술자들은 자부심을 갖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

과학기술을 사랑하는 지도자를 둬서 행복했던 나라로 프랑스가 꼽힌다. 루이 14세가 왕립과학아카데미를 재정적으로 지원, 과학중흥의 길을 열었고 나폴레옹은 현재 프랑스 최고 엘리트 집단인 에콜 폴리테크닉을 국가적인 전략 교육기관으로 삼았다. 드골 대통령은 자주국방 만이 프랑스가 살길이라며 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폐허 속에 국가적인 과학 프로젝트를 집중 지원, 프랑스를 과학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와 관련, 과학문화재단은 내년부터 서울대 자연대.공대와 함께 '사이언스 오블리제'라는 단기 연수프로그램을 운용할 계획이다.

국회의원은 물론 1급 이상 공무원 등 사회지도층을 대상으로 최고품질의 과학기술 강연과 연구소 투어 등으로 과학마인드 함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과학마인드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쇄가 결정된다는 판단에서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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