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앞당겨진 코드 개각 "간첩수사는 …" 국정원 미묘한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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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수사 제대로 될까 우려"=국정원 핵심 관계자는 "김승규 원장이 간첩단 수사와 관련해 중심을 잡고 원칙적 수사를 펼치려 노력해 왔는데, 그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차장이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가까운 것은 다 아는 '사실'인데,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여야 할 국정원이 대북 정책 등에서 정치색을 배제한 정보기관 고유의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회 청문 과정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김 차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이 장관을 모셨던 이력이나 청와대 참모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실이 부각돼 한나라당이 '코드인사'라고 강하게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며 "또다시 국정원이 정치 공방의 도마 위에 오를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소속의 한 국회 정보위원은 "간첩단 사건 이후 국정원 내부 분위기는 신의가 깊고 책임감이 강한 김 원장을 지지하는 쪽이 많았다. 김 원장은 호남 출신이지만, 영남 출신 직원도 대부분 김 원장을 옹호했다. 김 차장이 그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불편한 동거 한동안 계속"=내부 인사인 김 차장이 원장 후보자가 됨으로써 국회 청문 과정이 진행되는 한 달가량 김승규 원장과 김 차장이 함께 일을 하게 됐다. 김 차장은 차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원장 후보 청문회 준비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장은 내부 인사의 원장 승진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과거 대북 정책 등과 관련해 김 차장과 의견 차이를 보여 왔다. 두 사람의 알력은 겉으로는 봉합된 상태지만, 완전히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정원 최고 수뇌부 두 사람의 불편한 동거가 한동안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권력의 속성상 앞으로 모든 정보와 힘이 김 차장에게 몰릴 것이 틀림없다"며 "이를 지켜보는 김 원장이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김 원장이 사표의 조기 수리를 원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원장 측 관계자는 그러나 "김 원장이 김 차장을 지목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아니고, 김 차장에 대해 '단점이 있지만 장점도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담담하게 간첩단 사건 등 주어진 임무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 첫 승진에 의미 부여도=한 국정원 관계자는 "공채 출신인 김 차장이 사상 처음으로 원장으로 승진한 것은 국정원 직원의 전문성을 인정한 것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환영했다. 그는 "김 차장이 원 내부 상황을 잘 알고 있어 특정 지역이나 인맥에 치우치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중용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국정원장 청문회는=국정원장 후보자도 국회의 인사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회는 인사청문특위를 구성해 자질 검증을 벌이는데, 통상 준비 기간을 거쳐 20일가량 걸린다. 특위의 청문회 결과와 후보자에 대한 평가가 본회의에 보고되지만 표결 절차를 필요로 하지는 않아 사실상 김 차장의 임명은 확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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