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이르면 11월 중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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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31일 중국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6자회담이 이달이나 다음달 중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힐 차관보와 함께 협상을 벌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공개 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베이징 AP=연합뉴스]

북한.미국.중국이 1년 가까이 중단돼 온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이른 시일 내에 다시 열기로 31일 전격 합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웹사이트를 통해 "중국의 제안으로 북한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비공식 모임을 열고 회담 재개에 대해 솔직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세 나라는 편리하고 가까운 시일에 6자회담을 다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모임에는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그리고 중국의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이 참석했다.

3국 간 이날 합의에 대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핵 문제 진전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도 이날 환영 성명을 냈으며, 한국과 러시아도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이날 합의에 따라 북한의 미사일 발사(7월 5일)와 핵실험(10월 9일)으로 야기된 한반도 핵 위기가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6자회담이 다시 열려도 핵실험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3자 회담 뒤 힐 차관보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6자회담 복귀에 조건을 내걸지 않았으며 지난해 9.19 공동성명에서 밝혔던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6자 회담이 이르면 이달, 늦어도 12월 중에는 재개될 것으로 본다"며 "여기서 금융제재와 관련된 북한의 관심사를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을 향해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의 자국 계좌 동결을 풀지 않으면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따라서 재개되는 6자회담에서 북한은 미국에 금융 제재 해제와 적대정책 취소 등을 논의하자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6자회담 재개 전격 합의는 중국이 지난달 19일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평양에 특사로 파견해 북한을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고 베이징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당시 탕 국무위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핵실험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경고와 함께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중국이 최대한 북한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전했으며, 현재 상태로는 미국과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되돌리기 힘들다며 북한을 회유했다.

◆6자회담=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 논의를 위해 남북한과 주요 4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이 진행하는 다자회담이다. 2003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중국 베이징에서만 다섯 차례 열렸다. 그러나 5차 회담 뒤 미국이 북한의 달러 위조와 마약 밀매 혐의를 내세워 대북 금융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북한이 회담 재개를 거부해 교착 상태에 빠졌다.

◆9.19 공동성명=지난해 9월 제4차 6자회담에서 합의해 발표한 공동성명으로 북한의 '모든 핵무기 및 현존 핵 계획 포기'와 이를 전제로 한 '대북 에너지 지원 용의 재확인' 등 6개 항을 담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5차 회담에서는 이 성명의 이행 원칙을 확인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해 9.19 공동성명이 북한 핵 해결의 기본 방향임을 천명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서울=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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