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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로 들어온 '참살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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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뿌드드한 몸을 나긋나긋 풀어주는 찜질방, 가을 운치가 흐르는 실개천-. 웰빙 바람을 타고 현대인의 휴식공간인 찜질방과 추억의 실개천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왔다. 집 가까이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길 수 있어 행복하다는 그 곳. 중앙일보 프리미엄이 찾아보았다.

# 찜질방이 동네 사랑방이죠
"쌀쌀한 날씨에 이보다 좋은 곳이 있나요?" 가을비로 기온이 뚝 떨어진 23일 오후, 가좌마을 2단지(일산서구 가좌동) 아파트 주민들이 속속 모여든 곳은 단지 내 관리사무소 지하 1층 찜질방. 10여평 아담한 공간에 이야기꽃이 한창이다.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오전에 한번 들렀다가 날씨가 스산해 다시 찾았다"는 김현숙(42)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든다"며 찜질방 자랑에 침이 마른다.

"밤 12시까지 이용할 수 있어 저녁 식사 후엔 남편하고 들러 오붓한 시간을 보내죠"

같은 단지 주민들이 모이다보니 무릎 맞대고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 재미도 쏠쏠하단다. 또래 자녀를 둔 엄마들끼리는 아이들 키우고 교육시키는 데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정보방이기도 하다. 같은 라인에 살면서도 좀처럼 얼굴 보기 힘든 이웃도 이곳에 오면 만날 수 있다.

찜질방이 문을 연 것은 6월초. 지난해 8월 입주 당시 헬스장만 무료로 개방했다가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운영을 외부에 위탁하면서 찜질방과 사우나 시설까지 갖추었다.

무료였던 이용료가 유료로 전환됐지만, 입주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찜질방 때문이다.

단지 안에 위치해 굳이 따로 마음을 먹지 않아도 언제든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전기자동조절기가 설치돼 온도를 원하는대로 조절할 수 있다. 실내에 황토를 덧발라 여느 황토방 부럽지 않은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월 2만5000원이면 헬스장과 찜질방·사우나 시설까지 풀코스로 이용할 수 있어 실속 있다. 이 아파트로 이사온 후 체중을 10kg 이상 줄였다는 최순옥(36)씨는 "헬스장과 찜질방을 오가면 매일 운동하는 게 힘들지 않다" 며 "찜질방 덕분에 피부까지 한결 고와졌다"고 만족해했다.

"주부들 피로를 푸는데 찜질방만한 곳이 있겠느냐"는 이영준 부녀회장은 "건강은 물론 이웃간의 정까지 챙길 수 있는 뜨끈뜨끈한 사랑방"이라고 거들었다.

#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대화마을 5,6단지(일산서구 송포동) 안엔 실개천이 흐른다. 601동 뒤편에 길이 60m, 폭 2~5m로 인공으로 조성된 곳이다. 넓지도 깊지도 않은 실개천은 자연스럽게 자란 수생식물과 어우러져 아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지하에서 끌어올린 물이어서 여름엔 시원하고 가을·겨울엔 미지근하다. 자체정화시설이 갖춰져 맑고 깨끗하다.

"지난 여름엔 아이들이 실개천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으면 그곳에 가 있거니 할 정도였어요."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안은숙(46)씨는 실개천을 찾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생태학습장으로 그만한 곳이 없기 때문.

"수생식물 관찰이 3학년 과학 교과과정에 있어요. 교과서 사진만 보는 게 아니라 아이와 직접 실개천의 수생식물과 생물을 관찰할 수 있어 산교육의 장으로 손색없다"며 "부레옥잠·생이가래·부들·창포·소금쟁이 등 자그마한 실개천에서 자생하는 의외로 많은 생명체에 새삼 놀라곤 한다"고 전했다.

입소문을 타고 인근 유치원에서 생태학습을 위해 단지 안을 찾기도 한단다.

밤에 실개천에 나갔다가 펄쩍 뛰어오르는 청개구리에 화들짝 놀랐다는 김영자(52)씨는 "어릴 적 시골길을 걷던 추억이 떠올라 흐뭇했다"고 전한다.

요즘엔 계절의 운치가 곁들여져 주민들의 나들이 명소가 됐다. 기와를 얹은 나지막한 담벼락과 전통항아리를 모아둔 장독대가 실개천의 멋을 더한다.

"멀리 갈 필요가 없죠. 윗집 아랫집 정자에 모여 앉아 실개천을 바라보면 그게 단풍놀이"라는 배상옥 부녀회장은 "어른들은 푸근한 고향을 추억하고, 아이들은 살아 숨쉬는 자연을 느끼는 마음의 안식처"라고 자랑했다.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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