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화속의 아시아(북경으로 달린다:7)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우세종목 늘려 안전판 확보/「금」 백45개 무난 “따논 우승”/세팍타크로 신설은 「남쪽 변방」에 주는 선심/제11회 아시안게임 D­22
중국은 이제 스포츠를 통해 옛 영화를 되찾으려는 야망을 불태우고 있다. 아시아를 품에 안겠다는 기세다.
지리적으로 아시아의 핵심부에 있으면서 오랫동안 문화ㆍ정치적으로도 아시아를 주도해온 중국.
그러나 금세기 들어 중화의 빛은 소멸한 채 「아시아의 병자」(동아병부)로까지 전락했던 중국은 이같은 오명을 씻고 아시아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가꾸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기울이고 있다.
아시아의 최대잔치인 북경 아시안게임은 이를위한 절호의 기회.
중국은 북경대회에서 「변방국」을 압도하는 일방적 우세를 과시,민심을 일깨우고 결집시켜 「중화」의 영광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 「두개의 중국」에 대한 불만으로 국제스포츠계를 등졌던 중국이 대만을 몰아내고 처음으로 아시아스포츠무대에 등장한 것은 지난 74년.
「거인」 중국은 제7회 테헤란대회에서 2백74명의 선수단을 첫 출전시키며 아시아무대에 등장,금 33ㆍ은 45ㆍ동 28개로 일본ㆍ이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이어 중국은 78년 방콕대회에서 금 51개로 2위를 차지,일본의 아성을 뒤흔들며 거인의 풍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11억이란 거대인구를 바탕으로 단숨에 아시아스포츠를 휩쓸기 시작한 것은 대회출전 8년 만인 지난 82년의 뉴델리대회때부터다.
중국은 이 대회에서 라이벌 일본을 금 4개 차로 따돌리고 아시아 최강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아시아스포츠를 휘어잡으려던 중국은 지난 86년 서울대회에서는 홈팀 한국의 거센 도전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94­93 2위 한국과는 겨우 금메달 1개 차이였다.
그러나 서울올림픽에서 중국은 홈팀 한국(4위)에 크게 밀리며 11위에 처지는 참담한 패배를 맛보았다.
대국의 자존심이 여지없이 짓밟힌 셈이었다.
중국의 야심찬 목표는 자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리멘더링식」 종목조정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건국후 41년을 별러 차려놓은 사상 최대행사에 중국은 3백8개의 총금메달중 절반에 가까운 1백45개를 휩쓸어 일방적 우승을 구가하겠다는 「안전판」을 이미 확보해놓았다.
게임도 해보기 전 「중국우승」이란 자조의식이 아시아국가들 사이에 깔린 가운데 한국ㆍ일본 등 극동강국도 「들러리」에 불과할 뿐이다.
북경아시안게임 대회조직위원회(BAGOC)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여자도 전종목에 걸쳐 출전할 수 있도록 개정된 헌장 11장59조를 마음껏 활용,여자 세부종목을 80개에서 중국 일변도인 축구ㆍ유도ㆍ역도 등 모두 1백16개로 늘려놓았다.
남자종목이 1백86개로 15개가 늘어난 반면 여자경기는 36개나 새로 신설한 것이 북경대회의 최대 특징이다.
금메달수도 남자 1백86개,여자 1백16개에 남녀 혼성경기 3개,남녀 구분경기 3개 등 모두 3백8개로 서울대회때보다 39개나 늘어났다.
또 서울대회에 없었던 카바디ㆍ세팍타크로ㆍ소프트볼ㆍ우슈ㆍ커누 등 5개 종목이 새로 추가됐고 볼링ㆍ승마ㆍ태권도가 제외돼 모두 27개 정식종목과 야구ㆍ정구 등 2개 시범종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자종목이 대거 신설되고 중국을 거세게 추격하는 한국의 전통강세종목이 제외돼 「중국 1위」는 이미 확정적이다.
강력한 라이벌인 한국을 의식,서울대회때 처음 채택됐던 금 8개의 태권도를 없앴고 양궁의 금메달도 12개에서 4개로 대폭 줄였다.
반면 중국 강세인 사격은 세부종목을 30개에서 40개로,수영은 34개에서 40개로,조정이 8개에서 14개로,역도가 여자부 신설로 10개에서 19개로 금메달수를 대폭 늘려놓았다.
중국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종목은 레슬링ㆍ복싱ㆍ핸드볼ㆍ테니스 ㆍ세팍타크로ㆍ골프ㆍ하키ㆍ카바디에 불과하다.
이중 레슬링ㆍ복싱만 금메달이 많을 뿐이어서 중국의 3연패는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중국은 메달밭인 육ㆍ상ㆍ수영ㆍ사격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역도ㆍ우슈까지 절대강세여서 이들 종목의 금메달만으로도 종합우승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정도다.
이번 대회 종목조정에서 중국텃세의 상징이 되고 있는 것이 우슈(무술). 모든 중국인이 즐기는 우슈는 86 서울대회당시 한국의 정책종목이었던 태권도에 대한 「앙갚음」으로 채택됐다는 풀이가 유력하다.
이와함께 이번에 신설된 세팍타크로(금2)ㆍ카바디(금1)는 말레이시아와 인도의 전통놀이로 『남쪽 변방』들을 배려한 선심용이라는 악평을 듣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중국은 북경대회를 통해 아시아 최강국의 위용을 떨쳐보겠다는 몸부림이 강렬하나 다소 치졸할 정도로 지나치지 않느냐 하는 뒷말을 듣고 있는 형국이다.<방원석기자>
◇역대대회 3강
횟수 장소 순위 메달수
금 은 동
1 인도 ① 일본 24 20 14
뉴델리 ② 인도 15 18 19
③ 이란 7 5 2
2 필리핀 ① 일본 38 26 24
마닐라 ② 필리핀 14 14 17
③ 한국 8 6 5
3 일본 ① 일본 67 41 30
도쿄 ② 필리핀 8 19 21
③ 한국 8 7 12
4 인니 ① 일본 73 56 23
자카 ② 인도 10 13 10
르타 ③ 인니 9 12 27
5 태국 ① 일본 78 53 33
방콕 ② 한국 12 18 21
③ 태국 12 14 11
6 태국 ① 일본 74 47 23
방콕 ② 한국 18 13 23
③ 태국 9 17 13
7 이란 ① 일본 75 49 51
테헤란 ② 이란 36 29 17
③ 중국 33 45 28
8 태국 ① 일본 70 59 49
방콕 ② 중국 51 54 48
③ 한국 18 20 31
9 인도 ① 중국 61 51 41
뉴델리 ② 일본 57 52 44
③ 한국 28 28 37
10 한국 ① 중국 94 47 42
서울 ② 한국 93 67 18
③ 일본 58 42 12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