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구(테니스)·남구(농구) 등 생소한 것 많다-북경대회 계기로 알아본 중국스포츠 용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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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제십일계 병주 겁겁회」.
30억 아시아인의 스포츠제전 북경아시아게임의 홍보용으로 중국올림픽위원회가 제작, 각국에 배포한 포스터 안의 한 문구다. 이게 뭘까. 「제11회 아시안게임」이다.
이 문구중 「겁겁」은 「운동」의 중국 간체자임을 어림짐작할 수 있겠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계」자에 이르러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우리의 훈과 음은 「이를계」이지만 중국에서는 「회」자 등과 함께 차례를 표시할때 쓴다.
중국어에서 회는 행동의 횟수나 차례, 계는 회의나 운동회의 차례를 나타낼 때로 각기 세분해 사용하기 때문에 아시안게임의 차례표시로는 계를 쓴다.
이번 북경대회에 몰러갈 6천여명의 한국인들은 이와 같이 알듯하면서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 묘하고도 재미있는 각종 중국식 스포츠용어에 접하게 될 것이다.

<"따, 따"는 때려라 뜻>
지난6월 서울컵 국제아마복싱대회에 출전한 링 아래의 중국팀 코치들은 『따, 따, 따…』하는 따발총소리를 연발, 각국 선수단을 긴장시켰었다.
이 「따」는 「때리라」는 타의 중국어다.
또 각종 경기에서 중국팀과 대결하면 어김없이 듣게되는 말이 있다.
『짜유(가유)! 짜유!』는 바로 「이겨라」라는 중국응원구호다.
「기름을 친다」, 즉 「피치를 올린다」는 뜻으로 이기라는 응원을 대신한 중국식 표현이 흥미롭다.
중국은 이뿐 아니라 자칫 외래어 일색이 되기 쉬운 스포츠용어도 의역을 해서 자국어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번 북경아시안게임에는 27개의 정식종목과 야구·연식정구 등 시범종목 두가지가 있다.
한국이 이들 정식채택종목 중 복싱·레슬링·요트·커누 등 15개 종목의 명칭을 원어대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 중국의 외래어 사용은 까올프(고이부·골프), 카파디(십파적·카바디), 핑팡(병병·탁구) 의 3종목에 그쳐 큰 대조를 보인다.
병장은 병의 한자음인 「삥」을 빌린 음역이지만 탁구공이 테이블을 왕복하는데 착안, 점을 하나씩 떼내어 시각적인 효과를 낸 점이 중국인의 재치를 엿보게 한다.

<역도는 거동으로>
중국은 또 세부종목 중에서 마라톤을 마라쑹(마납송)으로, 이번 북경대회 정식종목에서 제외된 볼링은 바오링(보령) 등으로 음역하기도 하지만 그외 대부분은 의역을 해 나름대로 명칭을 지어 부르고 있는 것이다.
테니스를 네트, 즉 그물을 치고 경기를 벌인다고 해서 왕치우(망구)라고 하고, 농구는 바구니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란치우(남구)라고 부른다.
배드민턴은 셔틀콕이 물새 털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위마오치우(우모구)라고 부르고, 하키는 스틱이 구부러져 있는 점에 착안해 취군치우(곡곤구)라고 이름 붙였다.
역도는 무거운 것을 든다고 해서 쥐쭝(거동)이다.
또 육상은 필드(전)와 트랙(경) 을 합친 경기란 뜻에서 텐징(전경)이란 조어를 사용한다.
따라서 중국 텐징두이(전경대)는 중국군의 특수부대나 집단농장 단체근로자 등을 뜻하는 것이 아닌 바로 중국 육상팀을 일컫는 말이다.
한편 중국어 중 우리말과 같은 것은 체조 유도 배구 사격과 세부종목의 수구까지 합쳐 다섯개에 불과하다.

<야구는 봉구로 사용>
반면 혼동하기 쉬운 것으로 족구가 있다. 한국에서 족구는 최근 급속도로 유행하고 있는 한국식 세팍타크로를 말하지만 중국에서는 축구를 뜻한다.
세팍타크로는 등나무공을 사용하는 스포츠여서 렁치우(등구)다.
시범종목인 야구는 방치우(봉구)다.
우리가 베이스볼의 본뜻을 「Ball in The Field」에서 찾아 야구라 명명한 일본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 반해 중국은 배트(방망이)를 사용하는 스포츠라는데 더 착안한 모양이다.
한편 미국경제의 대표적 상징으로 꼽히는 코카콜라는 벌써부터 중국대륙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국인들도 잘 찾게될 이 세계적 음료는 「커커우커턴」(가구가악)다. 그러나 「쿠자쿠라이」라고 말해도 알아듣는 중국인들이 꽤 있을 것이다. 미국과 수교하기 전까지는 적대감정을 담아 고가고래라고 썼기 때문이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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