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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수능 날 도시락 어쩌지? 엄마도 공부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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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수능이 20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수험생만큼이나 엄마도 떨리고 긴장됩니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아이 몫의 인생. 짠한 마음을 접고 엄마는 도시락 고민을 시작합니다. "뭘 어떻게 싸 주나요?" 중앙일보 패밀리 리포터가 선배 수험생 엄마에게 도시락 메뉴를 물었습니다. 아이 뒷바라지 잘하기로 소문난 20여 명의 엄마가 답을 했습니다. 결론은 물론 "평소 먹던 대로 평범하게 싸주라"지만, 더 자세한 대답을 정리해 봅니다. 그 속에 담긴 엄마 마음에 가슴이 뭉클합니다.

정리=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 주먹밥 괜찮대요

햄·참치·쇠고기 … 두세 가지 섞어서

김밥이나 볶음밥류는 피한다. 소화가 잘 안 될 수 있어서다. 워낙 긴장한 상태라 잡곡밥도 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흰 쌀밥을 보온도시락에 넣어 따뜻하게 먹게 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찹쌀을 3분의 1 정도 섞기도 한다. 전복죽이나 야채죽을 싸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 주의할 점은 절대 '특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 아이가 전복죽이나 야채죽을 최근 자주 먹은 경우에만 싸준다.

또 의외로 주먹밥을 먹였다는 엄마도 많았다. 주먹밥용 밥은 흰쌀에 살짝 불린 찹쌀을 한 움큼 넣고 티스푼 하나 분량의 소금 간을 한 뒤 짓는다. '수능용'인 만큼 평소 주먹밥을 만들 때보다 밥을 덜 고슬고슬하게 짓는다. 주먹밥 종류는 햄.당근 주먹밥, 참치 주먹밥, 쇠고기 주먹밥 등 다양하다. 주먹밥은 두세 가지 종류를 섞어 넣는다.

참치 주먹밥을 만들기 위해서는 참치 가루를 시험 전날 저녁에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참치 통조림의 기름을 뺀 뒤 약한 불에서 계속 볶으면 보송보송한 상태가 된다. 이를 식혔다가 일회용 장갑을 끼고 두 손바닥으로 비벼주면 완전히 가루가 된다. 오이지를 잘게 썰어 밥 가운데 조금 넣고 밥을 동그랗게 뭉쳐 참치 가루에 굴리면 색깔 고운 참치 주먹밥이 완성된다.

햄.당근 주먹밥은 햄과 당근을 잘게 다져 프라이팬에 살짝 볶은 뒤 밥과 검정통깨.참기름을 넣고 버무려 한입 크기로 동그랗게 만든다.

◆ 익숙한 반찬으로

된장국에 장조림.계란말이.두부조림 …

국은 된장국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시마와 조개로 시원한 국물을 내 된장을 풀고 깍뚝 썬 두부와 팽이버섯을 넣은 뒤 한소끔 끓으면 파를 넣는다. 쇠고기무국이나 콩나물국도 무난한 메뉴로 꼽혔다.

반찬은 장조림.계란말이.두부조림.쇠고기 불고기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기류를 많이 넣어줬다. 시험 전에 아이에게 무심한 듯 슬쩍 "뭐 싸줄까" 물어 메뉴를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엄마가 지나치게 신경 쓰면 그 자체가 아이에게 부담이므로 엄마도 애써 대범해져야 한다.

김치는 살짝 볶아 넣어주면 국물이 흐르거나 냄새가 나지 않아 좋다. 긴장과 스트레스 때문에 입이 쓴 아이에게 새콤한 오이무침도 기분전환이 된다. 오이를 껍질째로 어슷 썰어 소금과 설탕을 약간 넣어 잠시 절인 뒤 꼭 짜서 물기를 걷어내고 고춧가루.파.마늘.통깨와 식초를 약간씩 넣어 새콤하게 무쳐 통깨를 뿌린다.

또 음식을 씹는 동작이 긴장을 풀어주고 뇌 활동을 촉진시켜 주므로 오징어채무침이나 콩자반처럼 오래 씹는 반찬도 하나쯤 넣어준다.

밥이나 반찬이나 양은 시장기 면하는 정도로 조금씩만 싸준다.

◆ 따뜻한 물 챙겨야

보온병에 보리차나 꿀물 … 과일도 준비

따뜻한 물은 긴장한 수험생에게 필수다. 보온병에 보리차나 꿀물.옥수수차.유자차 등을 준비해준다. 물의 온도에 신경을 쓰는 엄마도 많았다. 아침에 어떤 온도의 물을 넣어야 점심 시간 때쯤 먹기 좋은 40도 정도로 맞춰질는지는 보온병의 성능에 따라 다르다는 것. 그래서 미리 수능날 가지고 갈 보온병으로 시험해 보기도 했다.

녹차나 커피는 이뇨작용 때문에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아이가 평소에도 식후에 마셨다면 넣어줘도 무방하다. '각성효과가 있을 것'이란 '플라시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후식으로 과일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가장 간편한 과일은 귤. 파인애플도 소화를 돕고 피로회복에 좋아 선호하는 과일이다. 박카스나 비타500 등 드링크류나 한입에 먹게 포장된 초콜릿도 넣어주면 좋다.

◆ P.S.

예행연습 해서 먹여 봐야 … '힘내라' 쪽지도 꼭 !

요즘은 학교에서 급식을 하기 때문에 엄마나 아이나 다 도시락이 낯설다. 그래서 수능 날 도시락 메뉴를 미리 정해 서너 번 예행연습을 해봤다. 주말이나 아이가 일찍 하교하는 날에 맞춰 수능날 도시락과 똑같이 싸서 미리 먹여본 것. 반찬이 식었을 때 맛은 어떤지, 속이 더부룩해지지는 않는지, 양은 적당한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수능 도시락에 쪽지를 넣어주는 것도 아이들의 힘을 북돋우는 효과가 있다. 도시락통 위에 '오전 시험 망쳤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남은 시험에 최선을 다해라. 끝까지 달리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합격에 연연하지 말고 용기를 내라'는 등의 문구를 적은 쪽지를 얹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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