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몰래 낳은 아이』 3∼4천만|네번째 인구 조사…동원 요원만 7백만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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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달 1일부터 실시된 중국 전체 인구 조사는 조사 요원만 7백만명 이상이 동원되는 등 「건국 후 최대 규모의 사회 동원」을 기록했다.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 후 네번째로 실시된 이번 인구 조사 결과 현재의 중국 인구는 모두 11억1천만명으로 집계됐다.
오는 10월에 공식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그 엄청난 규모로 인해 국제 정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어디까지나 어림치에 불과하다.
개혁·개방 정책에 따라 인구의 유동이 빨라졌을 뿐만 아니라 한 자녀 낳기 운동에 저항하는 「흑해자」 (몰래 낳은 아이)의 등장으로 인구 파악이 한층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따라서 이번 인구 조사에서 유동 인구와 정확한 흑해자 파악에 집중했다.
상해의 복단 대학 인구 연구소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유동 인구는 전국적으로 2천만명에서 8천만명을 헤아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국 최대의 유동 인구 성향을 보이고 있는 상해시를 중심으로 6월28일 밤부터 다음달 아침까지 역과 항만·다리 밑·공원 등에 몰려있는 중국판 집시들에 대한 일제 조사에 착수했다.
통계 당국은 각 지방으로부터 흘러 들어온 수십만명의 부랑인들에 대한 명단을 작성한 뒤 지방 통계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들을 모두 열차 편으로 「귀향」 시키기로 했다.
이번 전국 인구 조사는 범죄 적발에도 큰 효과를 발휘했다.
상해 근교에 있는 한 농가의 경우 그곳에 살고 있는 한 소녀의 호적을 대조해본 결과 이 소녀가 인신 매매단의 희생자임을 밝혀내고 1년만에 1천㎞ 떨어진 호남성에 살고 있는 부모 품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흑해자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생활 수준이 비교적 높은 상해 지방은 정부의 「1가구 1자녀 운동」에 적극 호응하고 있으나 여타 농촌 지방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인구 문제에 대한 인식 부족과 성생활 문란 등의 이유로 돈을 벌면서 두번째·세번째 아이를 낳는 소위 「초생 유격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년 동안에 걸쳐 상해 주변 지역에서만 해도 모두 60만명 이상의 흑해자가 탄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두자녀 이상을 출산할 경우 자녀당 1만원 (2백8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따라서 둘 이상의 자녀를 낳은 부모들은 벌금을 물지 않기 위해 첫째 아이의 호적이 등록돼 있는 지방을 떠나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니기도 한다.
정부의 한자녀 낳기 정책이 농촌에서 무시당하고 있는 것은 ▲전통적인 남존여비사상 ▲대리 출산제의 횡행 ▲노동력이 늘수록 수입이 증가한다는 등 종래의 영농 가치관 때문이다.
이와 같은 「어둠의 자식」의 숫자는 전국적으로 3천만∼4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인구 조사를 통해 인구정책의 문제점을 정확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됨으로써 앞으로의 정책 수립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확인 인구 포함 전체 인구가 벌써 12억명을 육박하고 있고 더욱이 앞으로 3∼4년 동안 인구 증가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오는 2000년까지의 인구 12억5천만명 이내 억제」 목표달성은 현재로선 절망적이다.
과거 마오쩌둥 (모택동) 주인이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학자들을 향해 『입은 하나지만 손은 두개」라는 여유 만만했던 모습은 이제 어불성설이 돼버린 셈이다.
중국 정부는 인구 정책이 중국 공산당의 사활을 가름하는 문제임을 인식, 국가 존립의 차원에서 인구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라고 중국학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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