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계 거물 의문의 실종/「무학성」카바레 주인 오창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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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청평호수서 승용차만 건져/“거액부도내 잠적” “이권싸고 살해” 다각수사
【가평=김종혁ㆍ이철희기자】 서울강남 유흥업계의 거물이자 수십억원의 재산을 가진것으로 알려진 서울 장안동 무학성카바레주인 오창식씨(44ㆍ서울 양재동 391의11)가 지난10일 현금 4천70만원을 갖고 승용차를 타고 나간뒤 승용차만 강물에 추락한채 발견되고 8일째 실종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오씨가 타고간 서울0 가5176호 볼보승용차는 15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외서면 호명리 청평호에서 인양됐다.<관계기사17면>
경찰은 오씨가 최근 인수한 무학성카바레의 영업부진으로 13억원의 부도를 내 경제적으로 어려운 점과 현금 4천70만원을 갖고 나간점으로 미뤄 빚에 몰려 교통사고를 위장,잠적했을 가능성이 큰것으로 보고 수사를 펴는한편 유흥업소 이권을 둘러싼 폭력조직이 오씨를 납치ㆍ살해한후 차는 교통사고를 위장,수심이 깊은 호수에 버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펴고 있다.
경찰은 특히 오씨가 외출 이틀후인 12일 오후9시쯤 86년 서울강남 서진룸살롱사건의 진석파 행동대원으로 검거돼 징역3년을 복역하고 지난해 출감한 양모씨(30)ㆍ조직폭력배 정모씨(35)와 함께 청평호부근 청평나이아가라호텔에 함께 1박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이 오씨 실종과 관련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의 행방을 찾고 있다.
정씨는 20일오후 가평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자신출두하겠다고 밝힌뒤 21일 오후1시 가평경찰서에 출두했으나 이번 사건과의 관련을 부인하고 있다.
▷실종◁ 오씨는 10일 오후9시쯤 『강릉에 바람좀 쐬고오겠다』며 현금 4천만원과 10만원권 자기앞수표 70만원 등 4천70만원을 갖고 승용차를 손수운전하고 나갔다.
오씨는 11일밤 『강릉인데 별일없느냐』며 집에 전화를 걸어온뒤 13일까지 매일 한차례씩 부인 최모씨(43)에게 안부전화를 해왔다.
그는 마지막으로 13일 오후8시40분쯤 무학성카바레로 전화를 걸어 『내일 돌아가겠다』고 알린뒤 소식이 끊겼다.
◎실종전날 폭력배등과 호텔투숙/모사장과 24억에 카바레를인수
▷현장◁ 14일 오후9시40분쯤 청평호부근에서 횟집을 하는 이정림씨(38ㆍ여)가 2백m떨어진 호수맞은편에서 승용차 한대가 라이트를 켠채 일직선으로 호수에 떨어지는 것을 목격,가평경찰서 외서지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15일오전 깊이 23m 바닥에서 문이 5㎝쯤 열린채 오씨의 구두와 안경ㆍ가스총이 남겨진 차체를 인양했으나 오씨는 찾지못했다.
인양된 차는 자동변속기어가 중립상태에서 앞좌석의 안전벨트가 매여있었다.
경찰과 가족들은 2백50만원을 주고 잠수부 5명을 동원,청평댐 갑문까지 수색했으나 결국 오씨를 찾지못해 19일로 수색작업을 중단했다.
▷수사◁ 경찰은 오씨가 거액의 부도를 앞두고 일단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현금으로만 4천만원을 은행에서 인출해 도피자금을 마련한뒤 교통사고로 숨진것으로 위장,잠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동행한 양씨 등이 오씨의 사고가장 잠적 계획에 함께 가담했을 것으로 보고 자진출두한 정씨에게 행적 등을 추궁중이다.
경찰은 또 지난5월부터 오씨의 경호원으로 일해오다 한달전 해고당한 양씨 등이 오씨와 함께 지난달말 홍도에 2박3일동안 여행을 다녀왔고 청평에 와서도 함께 뱃놀이를 하는 등 사이좋게 지내왔음을 밝히고 양씨 등에 의한 보복살해 등의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있다.
▷오씨주변◁ 전북 김제출신인 오씨는 모대학 야간부 2년을 중퇴한뒤 한때 한국전력 준사원으로 근무한 후 줄곧 술집 영업부장ㆍ영업상무로 일해왔다.
72년초 오씨는 비원앞 비밀요정을 인수,직접 경영해 목돈을 쥔후 사업을 확장,서초동 대형룸살롱 2곳과 이태원 디스코클럽을 경영했으며 지난5월 H실업 김모씨와 공동투자 형식으로 24억원에 무학성카바레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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