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시 승격 1년…농-공 중심지로 발돋움|김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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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도작 문화의 발상지 김제시가 전주 군산 이리 정주를 잇는 공업 벨트 중심권에 위치, 공업과 농업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로 탈바꿈을 꾀하고 있다.
삼국시대 벽골군이었던 김제시는 통일신라시대엔 김제군, 고려시대엔 김제현, 조선시대엔 읍내현으로 시대에 따라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리다가 1914년에 김제면, 193l년 김제읍, 89년1월1일 김제시로 승격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도시 계획 면적 76·73평방m에 1만2천6백41가구 5만4천4백4명의 김제시는 농림업이 40· 5%를 차지할 만큼 아직 도시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진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호남고속도로와 호남선 철도가 통과하고 새로 건설될 서해안 고속도로가 지나는 교통 중심지에 위치, 군장 산업 기지 개발과 새만금 간척 사업 등 서해안 시대가 열리면서 2000년대 서부 배후 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나래 짓을 시작했다.
예부터 김제는 먹을 것이 넉넉해 글 읽고 글씨 쓰기 좋아하는 문인·묵객들을 많이 배출했던 곳.
조선조 중기, 대 서예가로 이름을 떨쳤던 송일중 (인조 10년∼숙종 43년)을 비롯, 사군자로 지가를 높이고 있는 송성룡에 이르기까지 김제는 국내 서예의 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동양화의 나상목과 이정훈이 모두 이 고장 출신이다.
김제 문화원 (원장 김병학·60)은 19명의 임원과 향토사 연구 위원 16명, 회원 16명 등 51명으로 짜여 있다.
이들은 해마다 여름·겨울방학을 이용, 관내 초·중·고생 3백50여명을 대상으로 문화재순례를 실시하고 학생 백일장, 사생대회, 경로 실기 서예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 주부들을 대상으로 애향 운동을 전기하고 전통 혼례법을 보급·장려하는가 하면 백일장 입상작을 한데 묶어 성산 문학지를 발간하고 있다.
이밖에 향토지를 1년에 한차례씩 출간하고 있으며 시내 1백26개통에 대한 유래 조사를 착수, 연내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국악인 함대섭씨 (60)가 이끄는 예총 김제지부는 누가 뭐라 해도 지역 예술 발전의 주체. 6개 지부에 3백39명의 활동이 활발하다.
금만벌을 배경으로 일제의 수탈과 농민들의 아픔을 그린 『돌파구의 작가 임영춘씨 (51)가 이끄는 문인 협회는 매달 시 낭송회 모임을 갖고, 1년간 갈고 닦은 기량을 10월 전시회를 통해 평가받고 있다.
2백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악 협회 (지부장 한선종·58)는 이번 가을의 고수 대회와 경창 대회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한국 미술 협회 회원인 동양화가 이정훈씨 (47)가 꾸리는 미술 협회는 회원수가 30명에 지나지 않고 1년에 한차례 밖에서 화전을 열지 않지만 질적 수준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높다.
사진 작가 김기정씨 (56)가 이끄는 사진 협회와 성악가 곽인씨 (54)가 회장으로 있는 음악 협회도 1년에 한차례 이상 발표회를 갖는 등 지역 예술 발전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전북 지역 어느 곳을 가도 마찬가지이지만 김제 또한 국악인들의 활동이 활발해 이중 국악인 박인규씨 (68)가 설립, 운영하고 있은 국악원이 그 대표적인 단체다.
박씨는 판소리 명창 강영금씨 (42·여)를 강사로 초치, 초·중·고생들과 국악 애호가들을 지도, 저변 확대와 후진 양성에 전력을 쏟고 있다.
김제 향교는 윤리의 도장일 뿐 아니라 한자와 상식을 일깨우는 배움의 현장.
김상배씨 (71)를 교장으로 유림과 초·중등 교사들로 짜여진 강사진 5명이 일요일과 방학을 이용, 관내 국교생 4, 5, 6학년을 대상으로 윤리·한문·서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애향 운동 본부 (본부장 박금택·58)는 77년부터 해마다 초·중·고교 애향 글짓기 대회를 개최, 애향 의식을 고취시키고 있으며 고교 진학생 8명씩을 선정, 1인당 1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인재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김경렬씨 (39)가 이끄는 회원 수 88명의 김제 청년회의소는 청소년 선도 사업·불우이웃돕기를 연중 무휴로 실시하고 있으며 BBS김제지부 (지부장 이광록·42)는 해마다 소년 소녀 가장 31명에게 성금을 전달, 격려하고 모범 청소년들을 선정해 표창하는 등 활동이 의욕적이다.
김제시의 문화 행사는 음력 3월3일에 펼쳐지는 시민의 날 행사. 서화전·백일장·호남 경창 대회·농악시연 등 문화 행사와 고누·장기·팔씨름·줄다리기·제기차기·윷놀이 등 민속놀이로 시가지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들뜬다.
6개 시·군 5만여ha에 농업 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속진 농조는 시대의 변천과 문화의 이기에 밀려 사라져 가는 옛 수리 시설이지만 용품·농경 생활 용구 등 민속자료들을 모은 「수리 민속 박물관」을 열어 온고지신의 기풍을 진작시키고 문화 유산을 소중히 가꾸는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병준 시장은 『지난해에 시로 승격, 역사는 일천하지만 2000년을 헤아리는 벼농사 문화의 발상지이고 예술을 사랑하고 고향을 아끼는 곱고 순박한 시민 정신을 바탕으로 서해안 시대를 맞아 서부 배후 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다져 나가고 있다』고 희망찬 내일을 펼쳤다. 글=현석화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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