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계좌 급증… 사고 우려(시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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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주식 다팔아도 융자금 못갚아/상환기간 연장설로 혼란 가중
종합주가지수가 6백20대까지 떨어지는 등 증시침체가 계속되면서 보유주식을 다팔아도 증권사로부터 빌린 신용융자금을 다 갚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급증,창구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신용융자를 얻어 주식을 샀다가 계속된 주가하락으로 투자손실률이 40%를 넘어서는 바람에 갖고 있는 주식을 다 팔고도 오히려 돈을 더 물어내야하는 소위 깡통계좌가 현재 전국적으로 4천5백여개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들이 현재 물어내야할 금액도 4백15억여원으로 이는 한달전에 비해 계좌수로는 무려 1천5백개,금액으로는 1백50억원 정도가 늘어난 것이다.
이같이 깡통계좌가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12ㆍ12조치와 지난 3월의 증권주신용허용이후 그동안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너도나도 신용융자를 얻어 주식을 샀으나 계속된 주가하락으로 주식을 처분할 시점을 놓쳐버린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웬만한 지점마다 평균10여개씩의 깡통계좌를 안고 있는 증권사들은 가뜩이나 자금난에 시달리는데 담보가 부족한 계좌들이 점차 늘어나자 이의 처리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증권사들은 현행 규정상 담보비율이 1백30%이하가 되면 반대매매를 통해 신용융자를 처리하게 돼 있는 점을 들어 융자금의 조속한 상환을 촉구하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볼때 신용융자를 얻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지점장이나 담당직원들과 친분관계를 계속해온 사람들로 「인정상」 야박하게 팔아치울수도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일부증권사들은 지점장 및 해당직원들을 인사이동시킨 후 새로운 직원들로 하여금 깡통계좌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7일에는 H증권 인천지점의 투자자가 증권업협회를 찾아와 새 지점장이 자신의 계좌를 정리하려 한다며 『자살하겠다』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깡통계좌를 정리하려는 증권사와 보유주식뿐 아니라 돈을 더 물어내야하는 현상태에서 절대로 주식을 팔지 못하겠다는 투자자들 사이의 분쟁은 최근 민자당이 재무부에 건의한 부양책중 신용융자기간 연장조항이 포함돼 있어 더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즉 재무부가 이 건의안을 받아들여 현재 5개월로 되어 있는 신용융자의 상환기간이 1년정도로 연장되면 그동안에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더더욱 지금 주식을 처분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증시관계자들은 현재 미상환융자금도 8천억원에 육박하고 깡통계좌가 늘어나 창구사고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증시안정기금의 더욱 적극적인 매수와 보험사등 비교적 자금 여유가 있는 기관들의 참여를 유도하는등 이들 단기 악성매물을 소화해내는 한편 감독기관에서 창구지도를 통해 사고를 미리 방지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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