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펀드도 오고 파랄론도 오고…헤지펀드, 한국서 또 기업사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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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KT&G 공격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헤지펀드들이 다시 움직임이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SK텔레콤 지분을 매집한 뒤 되파는 그린메일로 수천억원을 벌었던 타이거펀드가 6년만에 돌아왔다. 타이거펀드는 최근 이상네트웍스 지분을 사들이며 국내 시장 투자를 재개했다. 파랄론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영원 무역 지분을 계속 늘려나가는 중이다. 룩소 캐피탈 그룹은 '배당결정에 영향을 끼치겠다'며 삼환기업 지분 5.72%를 사들였다.

리먼 브라더스의 마크 셰이퍼 전무(글로벌 M&A 부문 대표)는 "헤지펀드가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세계적으로 적대적 M&A가 크게 늘었다"며 "아시아 시장은 연간 30%이상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경제인연합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아시아 투자는 2001년 200억 달러(214개)에서 지난해 1010억 달러(691개)로 급증했다.

◆아시아로 몰려오는 헤지펀드=헤지펀드들이 아시아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다. 자산규모 100억 달러의 애머런스 어드바이저가 천연가스 투자 손실로 파산하는 등 원자재값 급락으로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자 수익성 높은 아시아 시장을 기웃거리는 것이다.

헤지펀드 정보를 분석하는 유레카헤지에 따르면 지난달 헤지펀드 수익률은 다우지수와 S&P 500을 밑도는 0.6%에 불과했다. 그나마 아시아 지역 헤지펀드(일본 제외)가 평균 2%로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한국서 '기업사냥' 나설까=SK텔레콤과 악연이 깊은 타이거펀드가 국내 증시에 컴백하면서 우리 기업들과 또 한번 경영권 공방을 벌일 지가 관심사다. '전력'이 있는 타이거펀드는 물론이고 영원무역 지분을 매집하고 있는 파랄론도 주로 저평가된 기업을 골라 공격해 수익을 내는 대표적인 주주행동주의 펀드이기 때문이다. 파랄론은 예일대학교 등 미국의 주요 대학들이 투자한 헤지펀드로, 미국 내에서조차 2004년 파랄론의 투자행태를 문제삼아 투자 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시민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타이거펀드의 이상네트웍스 인수지분이 2.23%에 불과하다는 점을 내세워 이런 가능성을 낮게 본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의 윌리엄 앤더슨 전무(기업사냥 방어 부문 대표)는 "전통적인 '기업사냥'이 아예 경영권 장악을 노리는 반면 주주행동주의는 적은 지분으로 비슷한 효과를 노린다"며 "지분이 많고 적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헤지펀드=고수익을 추구하는 고위험 펀드다. 전세계적으로 9000여개의 헤지펀드가 1조20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지펀드의 투자 기법이 인기를 끌면서 골드만삭스가 헤지펀드 자산규모 1위에 올라있는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들도 헤지펀드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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