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지모아 매출 20억(아이디어기업:1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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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물상 13년만에 회사설립/중앙지설㈜
중동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소비절약운동이 다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버려진 자원을 모아 다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짜내 돈을 버는 회사가 있다.
주민ㆍ손수레수집상ㆍ학교ㆍ출판사ㆍ인쇄소등에서 신문ㆍ잡지ㆍ상자 등 온갖 파지를 사 모은다. 이것들을 종류별로 용도에 맞게 정리해 제지회사에 납품한다.
신문사에서 신문제작용지로 쓰고 남은 것들을 사모아 재단기로 8절지ㆍ16절지 등으로 잘라 연습장용 갱지로 시중 문방구에 판다.
서울 상봉동 중앙지설㈜이 바로 그곳이다. 대표 공학윤씨(52)가 지난 77년 다니던 제지공장이 문을 닫자 부인과 손수레를 끌며 고물상영업을 시작한지 13년만인 지난달 정식법인체로 설립한 회사다.
3백평정도의 대지중 재단기등이 설치돼 있는 작업장,허름한 사무실을 뺀 나머지 공간에는 온갖 종류의 파지가 어른키를 훨씬 넘게 쌓여있다.
『처음 손수레를 끌고 이일에 뛰어들 때만 해도 여건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종이도 과소비현상이 심각합니다.』
고물상(개인사업자 등록)13년만에 자본금 5천만원으로 버젓하게 주식회사 형태로 회사를 설립,올해 매출목표를 20억원으로 잡고 있는 공씨지만 요즘 세상의 「종이쓰는 행태」는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즘 국민학교 학생들도 갱지를 공책으로 쓰질 않습니다. 왜 메모지로 이면지를 안씁니까. 복사용지도 갱지를 개발해 써야지요.』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달평균 2백t 정도쯤 팔렸던 갱지가 올들어선 20t도 겨우 나간다고 걱정한다. 공책이 대부분 모조지로 바뀌자,신문 만들고 남은 자투리용지를 애써 재단해 만든 갱지가 공책으론 덜쓰이고 빵ㆍ과일ㆍ야채 등을 싸는데는 꾸준히 공급되고 있다는 것.
국내 제지회사들이 미국등지에서의 값싼 수입파지를 많이 쓰기 때문에 국내파지의 값이 내리고 재고가 쌓이는 것도 현재 5곳 정도인 파지수집전문회사들의 걱정거리다.
파지수집업은 제지공장납품가격(㎏당 갱지 1백원,신문지 70∼80원,하급지 40∼50원선)보다 싼값으로 수집하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그 차익이 쉽게 예상된다.
그러나 수집ㆍ정리단계에서 일손이 많이 들고 보관하기 또한 쉽지않다.
처음 사글세방에 손수레와 20평정도의 땅을 빌려 시작했던 공씨는 이제 어엿한 자기집에다 3백평정도의 대지에 종업원도 40여명을 거느릴만큼 성장했다. 하루 평균 70t 정도의 파지가 납품된다.
공씨는 현재 갖고 있는 지게차ㆍ컨베이어ㆍ재단기ㆍ트럭외에도 올해안에 전문회사답게 좀더 기동력있는 장비를 보강할 계획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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