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다음 카드는 또 '벼랑 끝 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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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다음 카드는 2차 핵실험이나 전시상태 선포, 해상 도발, 미군 정찰기 나포 등이 될 것이라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가 전망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으로 20년간 한국과 아시아 문제를 다뤄온 브루스 클링거(사진)는 최근 아시아 문제 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아시아 타임스(atimes.com)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클링거는 현재 미국의 국제문제 컨설팅.연구기업인 유라시아그룹의 한반도 분석관으로 일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

핵실험을 강행한 김정일은 당분간 강온 양면작전을 구사할 것이다. 우선 김정일은 19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 탕자쉬안 (唐家璇) 국무위원에게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2차 핵실험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6자회담 부대표인 리근 외무성 미주국장은 18일 방북한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추가 핵실험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추가 핵실험에 대해 북한의 모호하고 이중적인 메시지는 그들이 구사하려는 강온 전략을 잘 보여준다. 김정일은 이 발언을 통해 문제는 자신이 아니라 대화를 거부하는 워싱턴의 대북 강경파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김정일은 등 뒤에서 조용히 2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김정일은 당분간 도발을 삼가고 온건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한국.미국.일본.중국이 참여한 대북 제재 포위망에 균열을 내는 데 주력할 수도 있다. 벌써 한국은 북한에 대북 제재를 가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결국 최소한의 대북 조치를 취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북 포용정책이 한반도 위기를 막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려 할 것이다. 중국도 대북 송금 중단 등의 조치는 취했지만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대북 압박은 가하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미국과 북한이 서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할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대북 추가 제재를 가하려 할 것이고, 김정일도 이에 맞서 벼랑 끝 전술을 동원할 것이다. 북한은 남한과 중국을 의식해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흘리면서 일련의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 우선 북한은 추가로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할 수 있다. 건설이 중단된 2개의 대형 핵 원자로 건설을 재개해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도있다.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와 서해 등에서 해상도발을 하는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 좀 더 위험한 사태이긴 하지만 북한 공군이 (영공 침범을 이유로) 미국의 정찰기를 요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북한은 전시상태를 선포할 것이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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