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백화점 바겐세일 … 그것이 알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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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세일은 왜 할까='바겐 세일(Bargain Sale)'이란 '기간을 정해 특별히 정가보다 싸게 파는 것'을 말합니다. 백화점이 세일을 하는 이유는 모든 제품에 '수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입고 있는 티셔츠를 예로 들게요. 일단 공장에서 티셔츠를 1000장 만들면 백화점 등에서 이를 가장 먼저 판매 합니다. 물론 이때는 정상 가격에 파는 거죠. 내놓은 제품이 다 팔리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60% 정도만 팔린답니다. 그러면 나머지 40%는 값을 낮춰 팔 수밖에 없습니다. 계절이 지나면 더 이상 팔 수 없기 때문이죠. 놔뒀다가 내년에 팔아도 되지 않느냐고요. 업체 입장에서 보면 남은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 창고를 빌려야 하는 등 일년 내내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적잖아요. 차라리 싸게 팔아버리는 게 나은 것이죠. 올해 유행했던 제품이 내년에 또 유행한다는 보장도 없고요. 한 계절이 끝날 즈음엔 이렇게 세일을 계획하는 업체가 많기 때문에 백화점 차원에서 세일을 여러 번 하게 되는 겁니다.

◆세일은 언제 할까=우리나라 백화점들은 보통 1월, 4월, 7월, 10월, 12월 등 일년에 다섯 번 세일을 합니다. 계절마다 세일을 하는 건 이해할 수 있겠는데 왜 겨울에만 두 번 하는지 금방 궁금증이 생길 겁니다. 원래 10여 년 전만 해도 12월은 정기 바겐세일 기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1995년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이후부터 시작된 겁니다. 당시 10월 정기세일을 막 시작했던 다른 백화점들은 많은 목숨을 앗아간 사고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행사를 중단했죠. 사고가 수습된 뒤 업체들은 가을에 못했던 세일을 12월에 다시 했습니다. 해를 걸러 없어진 적도 있지만 현재는 12월 세일을 포함, 일년에 다섯 차례 하는 것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정기 세일기간 중 가장 매출이 많은 때는 10월입니다. 손님들이 봄이나 여름 옷에 비해 비싼 가을.겨울 옷을 많이 사기 때문입니다. 여름 세일에 비해 두 배 이상 매출을 올린다고 합니다.

◆일년의 절반가량 세일=보통 세일 기간엔 평소보다 두 배 많은 고객들이 백화점을 찾습니다. 일단 매장을 찾아오면 이것 저것 많이 사게되기 마련이어서 백화점 입장에선 세일을 자주 하고 싶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일년 내내 세일을 할 순 없습니다. 현행법상 세일 종료 후 다시 세일을 시작하려면 적어도 20일이 지나야 합니다. 그렇다고 일년에 몇 번까지만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엔 백화점 세일이 좀 많은 편이지요. 유럽이나 미국 등 외국 백화점은 대개 여름(7월)과 겨울(12월) 두 차례만 세일을 합니다. 3년 전 업체 모임의 하나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세일빈도수를 비교한 적이 있어요. 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의 연중 세일기간은 153~258일이나 됐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적게는 1.5배, 많게는 8.6배나 세일 기간이 길었습니다. 백화점은 요즘 워낙 경기가 안좋은 데다 싼 가격을 앞세운 할인점 등에 대항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가격 경쟁'보다는 '품질과 철저한 고객 관리' 등으로 차별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기도 합니다.

◆세일 땐 다 싸게 팔까요=정기 세일기간이라고 해서 백화점의 모든 상품을 싸게 파는 건 아닙니다. 세일을 하느냐 마느냐는 '가격 탄력성'에 따라 결정됩니다. 가격 탄력성이란 값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 그 물건을 사려는 사람의 수가 얼마나 급격하게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쌀이나 석유 등은 값이 올라도 사려는 사람이 꾸준하므로 가격 탄력성이 매우 낮은 품목입니다.

반대로 보석이나 골프채는 값을 높이면 사겠다는 사람이 확 줄어듭니다. 이처럼 가격 탄력성이 높은 제품을 '사치제'라 하는데 이는 꼭 '값비싼 사치 품목'이란 뜻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데 지장을 주지 않는 제품을 말하죠. '필수재'의 반대되는 개념이죠. 백화점 세일의 대상이 되는 제품은 이처럼 가격 탄력성이 높은 사치제입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필수재는 세일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다만 일부 고급 제품 가운데는 세일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가의 자사 물건을 싸게 팔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이들은 백화점 정기 세일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가 일년에 한두 번 우수 고객들에게만 알려 따로 이월 제품을 싼 가격에 내놓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10월 세일기간에는 구두 업체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추석 연휴 때 대량으로 팔린 구두 상품권으로 제품을 사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입니다. 보통 구두 상품권은 시중 여러 곳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팔리는데 이를 들고 백화점을 찾아와 또 세일가격에 물건을 살 경우 구두업체는 남는 게 없어진다고 주장합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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