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한 마디에 힘 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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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북 포항시 해도2동 주택가에서 포스코 제선부 직원들이 밝은 표정으로 대문 페인트칠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포항=조문규 기자

"페인트가 너무 뻑뻑하다. 시너를 좀 섞어라.""이 정도면 적당하다. 칠하면서 섞어도 될 것 같다."

토요일인 21일 오전 경북 포항시 해도2동의 골목 주택가. '사랑의 손길, 희망의 나눔'이 쓰인 노란색 조끼를 입은 5~6명이 페인트 칠을 하면서 나누는 대화 내용이다. 주택 대문에 페인트 칠 봉사를 나온 포스코 제선부 직원들이 나누는 대화로 골목은 시끌벅적하다.

직원들은 칼과 솔로 녹을 없앤 뒤 붓으로 먼지를 털어냈다. 이어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붓.페인트 통을 들고 칠을 시작했다. "꽈배기처럼 배배 꼬인 철문이어서 칠하기가 쉽지 않네." 장상현(53)씨의 말이다. 오용택(55)씨가 "전문가가 다 되었을 텐데 엄살도 심하다"며 맞받는다. 이러는 사이 칠이 벗겨지고 녹슨 대문이 검은색 새 대문으로 바뀌었다.

집 주인 이순자(57.여)씨는 "이런 고마울 데가 어디 있습니까. 칠한 지 13년이나 돼 페인트 칠을 할까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동네 여성자율방범대 송영순(54)대장.김경화(52)부대장은 음료수를 들고 현장을 찾았다. 송씨는 "우리 동네를 아름답게 꾸며 주는 분들"이라고 칭찬했다. 이에 전병교(52)씨는 "남을 돕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칭찬받으니 더 좋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봉사활동에 나선 직원은 100명으로 60여 주택의 대문을 파랑.검정색으로 깨끗하게 칠했다. 올해 들어 4월 254가구, 6월 107가구에 이어 세 번째 페인트 칠 봉사활동이다.

제선부의 봉사활동은 해도2동과 자매결연한 1992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직원들은 환경정화.방범활동.불우세대 연탄지원.보일러수리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중학생 30여 명에게 매월 10만 원씩 연간 3500만 원의 장학금을 주고 매주 화.목요일 영어.수학을 가르치는 공부방을 운영해 다른 동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를 위해 650명의 직원이 매월 1000원~1만 원의 기금을 낸다.

직원 중 해도2동 거주자 12명을 비롯한 20명은 조직적으로 봉사하기 위해 올해 초 '해도2동을 사랑하는 사람들(해사모)'을 구성했다. 제선부 지역협력담당자 박희원(45)씨는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과 직원들의 동참으로 주민과 기업이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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