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NLL 사수 고속정 참수리호 첫 여성 정장 명 받았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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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만 있는 곳이라 솔직히 좀 불안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막상 함상에서 생활해 보니 남녀 구분은 의식조차 못합니다. 한마디로 남자들과 똑같이 근무한다고 보면 돼요."

해군 3함대사령부 소속 초계함인 공주함(1200t급)에서 전투 시 함정을 어떻게 기동해 작전을 펼칠지 함장에게 조언하는 작전관을 맡고 있는 안희현(26.사진) 중위. 그는 우리 군의 전투함.상륙함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50여 명의 여성 장교 중 한 명이다. 11월 1일 대위 진급을 앞두고 있다. 진급 후 그는 우리 군 역사상 최초의 여성 정장(艇長)이 돼 내년부터 일선에서 해군 함정을 지휘한다. 광주여고를 졸업하고 여생도 1기로 해사에 입학한 안 중위를 비롯해 정장으로 탄생할 여군 장교는 10여 명이다.

24일 해군에 따르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등 최일선에서 영해를 수호하는 고속정 참수리호(150t급)의 정장에 여성 지휘관이 보임된다. 전통적으로 뱃사람들은 배를 여성에 비유해 왔다. 그래서 남성만 승선하는 관습이 있었다. 해군 관계자는 그러나 "군에서 그 같은 미신이 사라진 지는 오래"라며 "국방부 지침에도 여군의 보직으로 함정 근무가 명시돼 있다"고 했다. 함정을 완전히 책임지는 정장이 배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이 지휘할 참수리호에는 30여 명의 승조원이 탄다. 최전방 해상에서 적 함정의 월경을 막거나 불법 어로 및 밀입국, 간첩선 감시 등을 맡는다. 이 고속정은 99년 연평해전에서 북한 함정에 치명타를 입힌 주력 함정이다. 2002년 서해교전에선 참수리 357호가 북측 공격으로 침몰해 아군 6명이 전사했다.

안 중위는 "생도 시절 교육을 맡았던 이희완 대위가 참수리 357호의 부함장을 하다 부상했다"며 "지휘관이 된다고 하니 실전 상황에서 승조원의 생명과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더라"고 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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