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스윙… "30개는 넘길겁니다"-홈런왕 세대교체기수 장종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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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후반기 들어 맹렬한 기세로 홈런포를 작렬시키며 이만수 김성한이 양분해온 홈런왕 타이틀의 세대교체를 선언하고 있는 고졸4년생 장종훈(22).
그는 특히 화려한 스폿라이트를 받으며 프로에 입단한 동료선수들과는 달리 무명의 선수로 묻혀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주전선수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어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OB에이스 김진욱과의 트레이드설, 김영덕 감독의 혹평 등으로 외기를 겪기도 한 장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 각고의 노력으로 역경을 뛰어넘어 화려한 스타덤에 우뚝 올라섰다.

<89년 이적설때 고통>
▲입단당시 연습생으로 고충이 많았을텐데 당시의 심정은.
-86년 세광고를 졸업한 후 받아주는 대학이 없어 놀다가 은사인 이한구 감독의 추천으로 빙그레의 입단테스트를 받았어요.
그후 연습생으로 배팅볼도 던져주고 물도 떠다주는 등 험한 일을 해왔으나 나이가 어려서인지 별 갈등은 없었습니다. 선배들이 잘 돌봐준 덕이라고 생각해요.
▲89년 OB투수 김진욱과의 트레이드설, 불규칙한 출장 등 고민이 많았다는데.
-4년 프로선수생활 중 정신적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해였어요.
수비의 허점을 지적받는 등 출장기회가 많지 않았고 트레이드설이 나왔을 때 차라리 OB로 보내주길 원하기도 했어요. OB에서라면 항상 주전으로 뛸 수 있을 것이란 자신도 있었고…. 그러나 강병철 타격코치 등 구단관계자 등이 맹렬히 반대해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

<고원부 지도가 도움>
▲가장 좋아하는 구질은.
-직구 약간 높은 볼입니다. 그러나 투수들에게 홈런타자로 알려진 후부터는 까다로운 공만 던져요. 따라서 최근에는 상대투수의 주무기, 즉 커브·슬라이더·포크볼 등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작전을 쓰고 있어요.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는 해대 이강철입니다. 이는 올해 16개의 홈런을 허용하여 한희민(18개) 형에 이어 최다홈런허용 투수라는데 나에게는 싱커·변화구 등만으로 승부를 걸어와 몹시 어려워요.
▲선배들 중 특히 힘이 된 선수는.
-고원부 형이 입단 당시부터 타격자질을 인정해주고 수시로 조언해 줬지요. 교포로서 외로운 상태에 있었던 고형으로부터 일본프로의 생활과 타격자세 등을 배운 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왜 지금까지 주전으로 뛰지 못했다고 생각하는지.
-김 감독 스타일에 맞지 않는 선수, 즉 수비가 약하고 타격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올 일본 동계훈련 때는 특히 수비훈련에 몰두했어요. 올 시즌 들어 스스로 느끼기에도 수비가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수비에 신경 쓰다보니 타격 폼이 작년 같지 않은 것 같아요.
현재 홈런 페이스가 주춤한 것도 바로 타격 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최근 하루 한시간씩 별도 스윙연습을 하면서 한창 호조였던 지난해의 타격 폼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젠 주전 유격수로서 자리를 굳힌 셈인가.
-아직도 타격이 안 맞을 때나 수비에서 에러를 범했을 때 「또 빠지는 것이 아닌가」불안할 때가 많습니다. 라이벌이자 동료인 황대연은 총알 같은 1루 송구능력을 갖춘 훌륭한 수비수입니다.

<연봉 천8백50만원>
▲올시즌 홈런 목표는.
-앞으로 46게임이 남아있어 30개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을 것입니다.
▲좌완투수로부터 7개, 삼성에서만 8개 등이 눈길을 끄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좌완투수의 주무기는 몸쪽 변화구가 보통인데 가끔 실투가 나오거든요.
무릎 쪽에서 공1개정도만 높아도 때리기 좋은 볼이 되는 것입니다. 삼성팀에 특히 강한 것은 구장이 짧은데다 정면승부를 걸어오기 때문입니다.
▲삼진이 LG의 김동수(69개)에 이어 60개나 기록하고 있는데.
-홈런경쟁상대인 이만수(24개) 박승호(30개) 선배에 비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타격이 정교하지 못한 탓이고 투스트라이크 이후의 타격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 연봉은.
-1천8백50만원입니다. 입단당시(86년)엔 5백만원의 연습선수였어요.
▲보너스는.
-지난해 15개의 홈런을 때려낸 후 3백만원을 받은 것이 전부입니다.
▲앞으로 계획은.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의 홈런왕 오치아이와 같이 12년 동안 11개의 타이틀을 따내는 전천후 타자가 되겠습니다.
1m85㎝·85㎏의 당당한 체구에다 스윙 폭이 짧고 날카로운 강점을 지닌 장종훈이 한국프로야구의 타격을 주도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이다. <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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