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테마] 중국의 동북공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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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역사학자 E H 카(1892~1982)의 말이다.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르게 해석될 수밖에 없는 역사의 숙명을 짚어낸 말이다.

그러면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거나 "고대 중국 영토는 한강 이북까지 확대됐다"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논문에는 어떤 역사적 관점이 있을까.

동북공정은 '동북변강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의 줄임말로 2002년부터 동북쪽 변경 지역의 역사와 현상을 연구하고 있는 중국의 국가적 프로젝트다.

중국 사회과학원 변강사지(邊疆史地) 연구센터가 최근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동북공정 연구 논문은 새삼 역사를 어떻게 봐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중국은 왜 이웃한 나라의 역사까지 입맛대로 바꾸려는 것일까.

동북 지역과 한반도 일대의 국제정세가 급변할 경우 소수민족 이탈과 영토 분쟁 소지가 있어 사전에 이를 막으려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한족(92%)과 55개의 소수민족으로 이뤄진 다민족 국가다. 따라서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동북3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에 밀집된 조선족이 한반도로 흡수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국이 더 두려워하는 것은 영토 분쟁에 휘말리는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주변 지역을 모두 오랑캐로 보는 중화사상(中華思想)에 젖어 있는 것일까.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배경과 속셈이 무엇인지 영역별로 심층 점검하면서, 정의보다는 힘이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공부한다.

<영역별 주제 탐구 c9,10면>

◆ 교과서에 나타난 실마리

국가 간 이해 뛰어넘는 '공동체 윤리' 필요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는 동북공정의 배경인 중화사상이 중국인들에게 아주 뿌리 깊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교과서는 중국의 한족은 고대부터 주변 민족에 대한 문화 우월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기술했다. 나아가 중화사상이 중국과 주변 국가 사이의 외교관계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묻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는 일은 사실 강대국들이 자주 저지르는 행태다. '한국 근현대사'에는 일제가 우리나라 침략을 본격화하며 고대부터 근대까지 통시대적으로 우리 역사를 왜곡했다고 적혀 있다. 한국사를 정체성과 타율성, 사대성, 반도성, 당파성, 일선(日鮮)동조론 등으로 결론 내림으로써 침략을 정당화한 것이다.

동북공정을 푸는 대안은 '시민윤리' 과목이 제시한다. '세계시민사회와 지구 공동체 윤리'를 다룬 장이 그것이다. 교과서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갈등을 해소하려면 세계 정치, 세계 경제, 세계 기술, 세계 의사소통, 세계 문명을 지향하는 지구공동체 윤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윤리와 사상' 교과는 "동양의 윤리사상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동양사상을 정립한 중국인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만드는 말이다.

김태수·김형일 기자

◆ '열려라 논술'의 콘텐트는 중앙일보 NIE연구소(www.jnie.co.kr)에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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