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후보지 탐방 ①] 오송지구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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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행정수도로는 어디가 가장 적합할까. 지금까지 정부와 관련 부서에서 비공식적으로 나오는 정보를 취합해보면 ▶충북 오송지구▶논산 계룡지구▶공주 장기·연기지구▶천안 아산신도시 등 충청권의 3∼4곳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후보지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유언비어에 편승해 부동산 투기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중앙일보 디지털뉴스센터는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을 찾아 후보지로서의 적합성 여부 및 지역 민심을 취재했다. 취재 순서는 후보지 순위와는 무관하다. 편집자 주

▶ 충북 청원군 오송지구가 신 행정수도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등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오송생명과학 단지 조성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플래카드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충북 청원군 강외면 쌍청·연제·만수리 및 상경 일부지역인 ‘오송지구’는 신행정수도의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다.신행정수도 연구단 입지선정팀이 최근 제시한 입지 기준에 부합되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입지 선정팀은 “신행정수도는 충청권에서 땅값이 싸면서 서울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진 곳이 좋다”고 밝힌 바 있다.이들은 또 구체적으로 “인구 5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2천만평의 부지”를 행정수도의 요건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배산임수지역의 오송지구”=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 행정수도 이전지로 검토됐던 곳이다. 전통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지역으로 남쪽으로 흐르는 미호천이 금강과 만나 서해로 향한다. 당초 3백∼4백만평 규모로 개발하려다 수요부족으로 1백40만평 규모로 축소됐다.충청남도와도 가깝고 대전,청주,조치원 등의 중간지역에 위치해 오창·옥산면의 오창과학산업단지와 연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7일 기공식을 가진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연계 개발될 경우 행정수도의 유력한 후보지로 급부상할 수 있다. 또 경부고속철도의 오송역사와 인근 청주 국제공항 등의 교통망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대청댐이 가까워 용수 확보가 쉽고,기간시설 설치 비용이 적게 든다.

“지역 민심은 무덤덤”=취재팀이 충북 오송지구를 찾은 것은 지난 주말이었다. 초행길이라 경부-영동-중부 고속도로를 택했다. 서청주 톨게이트까지 1시간 45분 정도 걸렸으며,현장까지는 총 2시간10분이 소요됐다. 거리로는 1백45㎞정도였다.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천안까지 온 뒤 국도를 타고 들어가면 2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얘기다. 행정도시 입지기준인 전국 및 외국과의 접근성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이다.

오송지구에 접어들면서 새로 생겨난 부동산 업체가 눈에 띄었다. 개발 소식과 함께 지역의 땅값이 폭등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곳에서 식당을 하는 김승호(44)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5∼6개에 불과했던 부동산 중개업소가 20여개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땅값도 평당 평균 5∼6만원대에서 30만∼50만원대로 급상승 했다는 것이다. 계산상으로 최대 10배까지 폭등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부동산 값 상승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명과학단지 조성으로 5백년 이상 살아오던 집이 수용됐다는 박선규(55·회사원)씨는 “행정수도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는 주민들이 생각처럼 많지 않다”면서 “오히려 외지인들의 잔치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행정수도가 들어선다고 지역민들에게 큰 혜택은 없을 것 같다는 얘기다.

그는 자신의 집이 수용되는 대신 평당 6만원정도를 받았지만 주변 지역 땅값이 너무 올라 이사갈 집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또 일부 지역 주민들은 등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살아와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씨는 “서울 등 외지인들이 보상을 받고,이를 다시 전매하는 방법으로 투기를 해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일부 지역에서는 실체도 없는 분양권이 2천만원에서 1억원에 거래되고 있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분양권 형태의 문서가 거래되고 있는데,이는 지번이나 구체적인 지역명이 없다는 것이다. 즉,계약을 해서 행정수도로 선정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불법적으로 지역주민 등으로 위장을 해 주겠다는 약정서인 셈이다.

정작 주민들은 뒷전이고 외지인들의 돈 잔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자조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짜 계획도 조심해야”=오송지역이 신행정도시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가짜 국토개발 계획안 등이 나돌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 지역 주민들은 “도시계획도나 도로망,조경계획 등이 그럴 듯하게 그려진 지도 등을 통해 부동산 매입을 권유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신행정수도 연구단에 문의한 결과 그 같은 문서나 지도는 전혀 작성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개발 계획은 지원단 홈페이지(www.newcapital.go.kr)를 통해 정식으로 공지된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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