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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앞마당 잔치잔치 열렸네!

중앙일보

입력

"먹거리·볼거리가 많아 추석 때보다 더 신나요."

지난 13일 오후 2시쯤 송파구 가락2동 쌍용1차아파트. 단지가 때 아니게 왁자지껄했다. 고소한 음식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꼬리를 물었다. 올해로 9회째인 이 아파트 '은행나무축제'가 열린 것이다. 주민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는 주민화합과 단결을 위해 매년 가을 이틀간 이 축제를 열고 있다. 축제이름은 아파트 내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가 은행나무인 데서 연유한다. 올해는 13, 14일 축제가 열렸다.

이날 단지 내 중앙도로변에는 간이 장터가 설치돼 자연산 도토리묵·센베과자·뻥튀기 등 요즘엔 쉽게 접할 수 없는 먹거리가 주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동네 할머니들은 단지 내에 삼삼오오 모여 설탕으로 만든 뽑기 사탕을 먹으며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축제엔 어린이 연극, 태권도 시범, 풍물놀이, 스포츠댄스, 에어로빅, 거리 미술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아파트 축제답지 않게 연예인들도 초청됐다.'그까이꺼' 개그맨 장동민과 가수 현당, 가수 김선아 등이 출연해 주민들을 즐겁게 했다.

행사장 한편에는 엿장수 가윗소리에 맞춰 각설이 타령이 주민들의 흥을 돋웠다.

중앙 마당에서 펼쳐진 노래·장기자랑은 인근 주민들까지 가세해 발디딜 틈이 없었다.

윤인상(62) 주민대표는 "사전 신청 없이도 누구나 노래·장기자랑에 참여할 수 있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축제장에 설치된 바이킹 놀이기구는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어린이 영어연극공연도 열렸다. 김정길(51)관리소장은"아파트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영어연극공연 무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도자기 점토 체험과 거리 미술제 등 문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은행나무축제가 장수 축제로 자리잡으면서 주민 간 화합에도 한몫하고 있다.

이 아파트에서 6년째 살고 있는 주부 이정란(49)씨는"처음에는 아파트 단지 특유의 서먹서먹한 분위기때문에 주민끼리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며 "축제를 통해 함께 어울리면서 서로 친해져 너무 좋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주민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축제를 준비한 보람을 느낀다"며 "내년에는 아이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을 좀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1996년 12월 입주한 쌍용1차아파트에는 14개 동에 현재 2064가구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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