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조 시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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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홍보석 같다, 무르익은 삼학도 산딸기는/7월의 풀숲, 속에서 어찌나 영롱한지/따서 하나를 너 준다/따서 하나를 나 먹고/따서 하나는 비아프라의 목마른 목구멍에/이란 대지진 난민에게/점심 굶는 우리네 소년가장에게/옐로 하우스 낮은 지붕 밑 낮잠 든 여자에게/잊혀진 여자에게/짓밟힌 사내에게/마음 가난한 이웃 모두에게/빈 섬이 다되도록 따주고 또 주었네.』
『태평양을 향한 도시 목포의 범세계적 사랑,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무난히 형상화시켰다.』
『목포의 시인이면서도 왜 이 고장의 치부인 옐로 하우스를 끄집어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느냐.』
『삼학도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너무 감상적·정서적으로 흘러 삼학도 복원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
회원 주정연씨의 시 「삼학도 산딸기를」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흑조 시인회」 합평회 모습이다. 1966년 박광호·주정연·양동온·정영일·김창완·정설헌씨 등 젊은 시인들이 목포 문예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결성, 69년 이후 77년까지 동인들의 군복무 등으로 공백기를 갖기는 했어도 흑조 시인회는 출범 연도로 따지면 국내 최장수 동인기록을 세우고 있다. 「흑조」는 대만에서 일본열도를 흐르는 난류로 이해류가 지나간 해역에는 살아남는 것이 없어 다도해 주민들은 이것을 「바다의 깡패」로 부른다. 즉 죽음, 혼돈을 부르는 바다의 블랙홀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이미지로 흑조 시인회는 어둠을 지나 밝음에로, 미명을 거쳐 참다움으로 나가는 시를 지향하고 있다.
흑조 시인회는 동인회들끼리 뿔뿔이 헤친 감이 없지 않은 목포 문단의 결속을 위해 되도록 자체 활동은 자제, 목포 문협과 활동의 폭을 같이하면서 목포 시의 질을 떠받치기 위한 창작활 동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현재 회장 이생연씨를 비롯, 40∼50대 회원 10명이 활동중이며 중앙 문단 등단이라는 구차스러운 제도에 초연, 뒤뜰의 토종닭처럼 가장 토속적인 시 세계 구축에 자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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