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별 가족들 생사 궁금”/방북신청 창구에 비친 사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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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새벽부터 4시간 기다리기도/월남50대 일가 4명 동시신청
북한방문희망자 접수창구에는 갖가지 한많은 사연도 많았다.
실향민들은 대부분 고향과 선산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 종교인들은 동토에 선교를 하게됐다고 설레ㅆ으며 젊은층은 말로만 듣던 북녘땅을 돌아보게 된다고 희망에 찬 표정들이었다.
○…서울 중구청에는 발급신청서 개시시간 10분전인 오전8시50분쯤부터 30여명의 방북희망자가 몰렸으며 고향이 평북 초산군 산면 판막동 늘말골마을이라는 김성룡씨(61ㆍ무직ㆍ서울 중구 신당동 826의4)는 오전5시쯤부터 4시간이상이나 기다리다 신청서를 냈다고 밝혔다.
오전8시쯤 중구청에 도착한 평북 용천군 외상면 정차동 출신 박상도씨(60ㆍ화원경영ㆍ중구 저동2가 7의2)는 『아들 성진(23ㆍ단국대 경제2)에게 북한고향구경을 시키기위해 함께 방북신청을 했다』며 『그래야 내가 죽더라도 통일이 되면 북의 가족ㆍ친척들과 연락이 닿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양천구청 접수창구에도 접수시작전인 오전7시30분부터 방북희망자가 몰려들기 시작,오전9시35분쯤 이미 35명이 방북신청서를 접수시켰다.
이날 가장 먼저 신청서를 접수시킨 권진덕씨(64ㆍ사업ㆍ양천구 목5동 신시가지아파트 325동403호)는 『40년전 고향인 개성에서 생이별한 아버지 권재정씨(당시 72세)와 어머니의 생사가 궁금해 방북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9시30분쯤 도봉구청 4층 강당에 마련된 접수창구에는 6ㆍ25당시 단신월남했다는 양진곤씨(57ㆍ도봉구 쌍문동 117)가 부인 박만향씨(56),아들 창호씨(37ㆍ회사원),며느리 우선옥씨(34) 등 일가족 4명의 방북신청을 접수시켰다.
양씨는 『어릴때 떠난 고향인 평북 영변을 찾아 일가친척을 두루 만나보고 싶어 가족 모두의 방북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서울 내발산동 혜성교회목사 김성낙씨(37)와 『빛과 소금』잡지사 기자 이나경씨(24) 등 종교관계자들은 『평양의 봉수교회 등을 방문,북한동포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겠다』며 각각 신청서를 제출,신앙의 자유가 제한된 이북주민들에 대한 강한 선교의지를 보였고 한글글씨 바탕골연구모임 회장이라고 자신을 밝힌 문제안씨(70)는 「한글정책 및 한글기계화 현황조사차」 북한사회과학원장 양형섭을 방문신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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