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학원 '최고의 영어강사' 알고 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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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 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모(32)씨는 현지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사춘기 때 로스앤젤레스에 근거지를 둔 한인갱단 'LGKK'에 가입했다. 그러다 1998년 불법총기 사용 혐의로 미국에서 추방됐다.

한씨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영어학원 원어민 강사로 취업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한씨는 브로커를 통해 가짜 미국 대학 졸업장을 구했다. 학원 측은 별다른 검증절차 없이 한씨를 고용했다. 올 1월엔 유명 L영어학원의 안산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9월엔 전국 330여 개 분원의 강사 중 '최고의 강사'로 뽑히기도 했다. 한씨는 강사로 일하면서 상습적으로 대마초를 피우다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23일 유명 영어학원의 원어민 강사 12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0년부터 경기 안양 C어학원, 서울 강남 H어학원 등 서울.경기 일대의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나이트클럽이나 가정집에서 상습적으로 대마를 흡입하거나 히로뽕을 맞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가운데 한씨를 비롯해 미국동포 출신 강사 5명 등 모두 7명을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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