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전 대통령, 비망록 계속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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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故) 최규하 전 대통령이 12.12와 5.18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담은 비망록을 작성했을까. 1990년대 중반 이 두 사건 수사에 관여했던 검사 출신 국회의원 두 명은 23일 상반된 견해를 내놨다.

서울지검 공안1부장으로 이 사건을 맡았던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은 "(최 전 대통령이) 회고록이나 비망록을 쓰고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수사 과정에서 최 전 대통령이 직접 진술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며 "그러나 최 전 대통령이 측근인 최광수 전 외무장관의 진술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를 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 전 장관은 당시 검찰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12.12 당시 정승화 육참총장 체포 재가 과정에서 최 전 대통령이 신군부를 힐책했고, 5.18 때도 신군부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12.12, 5.18 사건 수사 당시 대검 공안부장이었던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은 "조사 과정에서 회고록 집필 얘기를 공식적으로 들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임채정 국회의장의 유럽 3개국 순방을 수행 중인 최 의원은 "최 전 대통령은 검찰의 조사 요구를 '향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로 완강히 거부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항룡유회란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내려갈 길밖에 없음을 후회한다'는 뜻으로 갑자기 대통령에 취임했던 최 전 대통령이 행동을 삼가야 한다는 뜻에서 그랬던 것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 전 대통령은 당시 정치적 중심에서 비켜나 신군부에 얹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최 전 대통령이 정치적 개입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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