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분위기 깬 이라크 모험주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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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신사고에 의한 강대국들의 평화공존 분위기에 젖어 있던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번 군사행동은 두가지 측면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첫째,강대국 주도의 국제질서가 약화 내지 허물어질 경우 지금까지 그 구도아래서 자제되어 오던 국지분쟁이 곳곳에서 불을 뿜을 수 있다는 우려다.
둘째,우리 원유의 75%를 공급해 주는 중동지역에서 이번 침공을 계기로 분쟁의 연쇄작용이 확산될 경우 원유값의 폭등과 공급 부족으로 제3의 오일 쇼크가 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군사력에 의한 분쟁해소방식에 대한 원칙적 반대뿐 아니라 이 두가지 현실적 측면에서 볼 때 우리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국제 여론의 압력으로 원상회복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원상복귀돼야 할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이미 군사력을 수단으로 자신의 권력과 패권주의의 꿈을 실현하려는 모험주의 정책을 여러 차례 시도해 왔다. 이란과의 8년전쟁이 그렇고 미사일과 화학무기로 이웃 여러 나라를 이미 위협해 왔다.
이번 침공은 이라크가 항상 석유가격의 인상을 주도해 왔으며 또 최근 OPEC의 석유가격 인상때도 쿠웨이트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이용해 목적을 달성했다는 데서 이미 국제석유시장에 불안을 야기시키고 있었다.
이라크가 이번 침략으로 최종적으로 노리고 있는 목표는 페르시아만 전체국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를 위협하는데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제석유시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결정이 가격과 생산량을 좌우할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군사력으로 위축시킬 수 있다면 이라크는 원하는 대로 석유가격을 조작해 궁핍한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란과의 8년전쟁으로 피폐해진 국가재정,4백50억달러에 이르는 아랍제국에 대한 전쟁빚을 탕감받기 위해서도 이라크는 이번에 전쟁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이라크의 무모함을 제어할 능력이 페르시아만 국가와 전체 아랍국가에 없다는 점이다. 페르시아만 전체를 통틀어도 군사력은 1백만 이라크군에 비해 15만명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라크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강력한 군사력과 능력을 가진 미소와 주변국들과의 다각적인 압력밖에는 적절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다행히 미소의 본격적 화해이전에는 모든 국지분쟁이 두 세력에 의해 이용되고 조장돼 왔던 데 비해 이번의 경우는 새로운 질서에서 새 형태의 협조체제를 보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데 우리는 기대를 갖는다.
세계경제의 숨통인 원유가격과 국지적 평화가 군사적 위협으로 좌우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국제적인 협조체제가 시급히 가동돼야 할 때라고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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