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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법규 마련ㆍ유통구조 개선을(끔찍한밀도살 이대로 둬도 되나: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현재는 근거없어 방치/지난해 개 3만3천t 소비… 육류중 넷째
토치램프 불길에 통구이로 죽어가는 황구. 뙤약볕에 탈진한 가사상태에서 동맥에 물호스를 꽂아 체중을 늘리는 변태적 잔혹도살행위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공공연한 비밀이면서도 드러내는 것을 금기로 여겨왔던 개도살은 이렇듯 우리네 식문화의 치부로 곪아왔던 것.
돈을 벌기위해 『어떤 방법으로 도살을 하든 그것이 무슨 큰 문제냐』는 식의 황폐한 인성이 빚는 예사로운 잔혹도살 행위는 우리사회에 만연된 배금사상ㆍ범죄를 조장하는 병폐현상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더이상 방치할수 없다는 여론이 크게 일고 있다.
정부가 개도살에 쐐기를 박은 것은 84년4월 올림픽을 앞두고 대외이미지를 고려한 체면치레가 고작.
국제동물보호기금(IFAW)에서 『개를 먹는 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은 수치』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자 인구 2만명이상의 도시와 관광지로 지정된 곳에서의 개고기판매를 금지시켰다.
서울시는 이에따라 88년5월 대대적인 단속을 펴 4백55개소의 보신탕집을 혐오식품을 판매한다는 이유로 적발,영업을 정지시켰다.
그러나 『전통음식을 외국인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금지시키는 것은 사대주의적 발상』이란 반발속에 음성적인 유통ㆍ판매가 계속됐고,올림픽이 끝난 88년12월 서울에서만 다시 2백여곳의 보신탕집이 문을 연데이어 89년7월에는 4백여개소로,90년7월 현재는 무려 1천2백여개소로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또 최근 농림수산부가 비공식적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89년말 현재 전국에서 2백10만마리의 개가 사육되고 있으며 이중 작년한해 3만3천여t이 식용으로 소비됐다.
이는 지난해 돼지고기 46만t,닭고기 15만t,쇠고기 13만6천t에 이어 육류소비의 네번째로 쇠고기소비량의 25%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같은 실정에도 정부당국은 마땅한 법적규제장치가 없어 사실상 관리를 포기한 상태.
현행 축산물위생처리법은 『검사되지 않은 식품의 저장ㆍ운반ㆍ판매ㆍ진열,또는 사용상황에 대한 검사를 거부ㆍ기피 방해한 때에는 50만원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는 식품으로 분류돼있지 않아 법의 저촉을 받지 않기 때문에 밀도살,비위생적 판매ㆍ유통을 이 법으론 규제할 수 없는 실정.
이번에 구속된 밀도살업자도 결국 고심끝에 『비위생적인 지하수를 주입했다』는 이유로 축산물위생처리법이 아닌 식품위생법을 적용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농림수산부와 치안본부가 5월 시안을 마련했거나 입법예고한 동물보호법과 경범죄처벌법 개정안은 국내 처음으로 동물학대 방지에 관한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농림수산부가 마련한 동물보호법은 잔인한 도살행위,불필요한 고통ㆍ상해ㆍ공포감을 주는 행위,고의적인 유기행위 등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현재 법무부와 위반행위에 대한 범칙금액수를 놓고 의견조정을 하고 있는 단계로 8월중순 입법예고돼 9월정기국회에 상정될 계획.
그러나 이 법안은 식용으로 도살하는 경우나 수렵목적으로 사냥하는 경우 법적용이 현실적으로 부적합하기 때문에 농림수산부장관이 따로 정하는 경우는 법적용에서 제외되도록 예외규정을 인정하고 있다.
또 치안본부가 입법예고한 경범죄처벌법 개정안도 식용이 아닌 애완동물을 대상으로 혐오감을 주는 도살행위에 대해 10만원이하의 범칙금을 부과하도록 돼있다.
따라서 이같은 법안들은 내용상 다분히 선언적 의미만 담고있어 실제 가축에 대한 잔혹한 도살행위를 규제하는데는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치안본부 김우진보안부장은 『외국압력에 못이겨 형식상 법안을 마련했다고는 할수 없으나 당초 대외이미지 개선을 상당히 고려한 것이 사실』이라며 『실효를 거두기위해서는 구체적 보완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우리나라의 개고기판매금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국제동물보호기금도 89년11월 외무부에 공한을 보내 『한국인들이 개고기를 음식으로 먹는 것은 뿌리깊은 음식문화에 기인한 것으로 더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며 『다만 공개장소에서 잔인한 방법으로 임의도살하는 것은 피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개도살 등 가축에 대한 잔혹도살행위는 대외적 이미지를 고래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정신적ㆍ육체적건강과 건전한 사회를 유도한다는 기초에서 정책방향이 정해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제정갑ㆍ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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