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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검정 개 수십마리 버젓이 진열(끔찍한밀도살 이대로 둬도되나: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하이타이 대신 퐁퐁 쓴다”자랑도/모란 개시장 하루 2천마리 거래
28일 오후6시 서울 도심 한복판 삼각지 고가차도밑.
30대 초반의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자 2명이 고물상옆 시멘트건물로 들어선다.
겉에서 보기엔 「벌집」 형태의 가옥이지만 들어서는 순간 매캐한 노린내와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물기 축축한 시멘트 바닥과 LP가스통,피가 얼룩진 몽둥이,나무문에 걸린 개줄 20여개가 섬뜩한 느낌을 준다.
『봅시다』라는 말과 함께 나무문이 열리고 백열등이 켜지는 순간 4평남짓한 밀폐 시멘트공간에는 각양각색의 개 40여마리가 짖을 줄도 모르는 듯 멀뚱히 문쪽을 쳐다본다.
손가락질로 골라진 개는 즉석에서 고기로 변해 건네지고 불에 타 거무튀튀한 털ㆍ껍질부스러기와 핏물거품은 수도물에 씻겨 하수구로 흘러든다.
30일 오후2시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
단대천복개지를 따라 30여개소의 「흑염소」 「건강원」 간판이 늘어서있다.
가게앞 도로에는 숱검정으로 변한 흉칙스런 개들이 갈라진 배를 드러낸채 10∼20마리씩 진열돼있다.
『틀림없는 황구여,보라니깐.』
뙤약볕아래 주인아줌마들이 쉴새없이 몰려드는 파리떼를 한손으로 쫓으며 흥정이 한창이다.
플래스틱 광주리가 달린 오토바이가 뻔질나게 드나들고 방금 인근 도살장에서 실려온 개 한마리가 H흑염소집으로 배달된다.
주인여자는 개를 맞춘 40대 중년여인에게 수컷임을 확인시킨뒤 능숙한 솜씨로 칼을 움직인다.
배를 가르고 내장을 들어낸 뒤 수도의 고무호스를 들이댄다.
『우린 하이타이를 안써요. 퐁퐁을 쓰니까 안심하세요.』
내장은 따로 비닐봉지에 담겨지고 발려진 고기와 함께 박스에 넣어져 서울번호판을 단 그랜저승용차 트렁크에 실린다.
성남 모란시장은 끝자리수가 2,7일인 날이면 국내 최대의 개시장이 선다.
이른 아침부터 경기ㆍ강원ㆍ충남ㆍ전북 변호판을 단 1t타이탄트럭 위에 굵은 철사와 쇠파이프로 둘러쳐진 우리속에 50∼1백50마리의 개가 포개져있다.
개를 인수할 트럭이 몰려오면서 삽시간에 복개지는 60여대의 트럭이 북새통을 이루고 흥정이 시작된다.
요즘은 복중이라 개값이 강세. 12㎏짜리 황구가 8만원선.
개시장에서 거래되는 양은 하루 2천마리정도라는 것이 전문 개꾼들의 추산.
시장에 공급되는 개는 대부분 농가에서 수집한 것으로 「도보꾼」이라 불리는 소상들이 오토바이나 픽업으로 농촌을 돌며 4∼5마리씩 구입,중상에 넘기면 중상은 이를 모아 장날 대상에 넘긴다. 물론 개중에는 훔친개도 들어있다.
황구(12㎏기준)의 농가원산지 값은 5만5천∼6만원.
유통단계마다 1만∼1만5천원의 마진이 붙어 소비자가 살때는 10만5천∼11만원이 된다. 그러나 이것은 시장에서 살 경우고 보신탕집에서는 2백50g 한근에 8천∼1만2천원을 받는다.
농가에서 ㎏당 5천원이 채 못되던 것이 최종 소비자에게 3만2천∼4만8천원에 팔리게 되니 최고 열곱장사.
농림수산부의 비공식집계에 따르면 작년한해 개고기 소비량은 3만3천t으로 시장가격으로 3천억원대.
황금시장을 노린 대규모 개목장까지 곳곳에 성업,1백마리이상씩 사육한다.
이들 개목장은 대부분 시계 녹지대에 위치,단속의 손길을 피한다.
대표적인 곳이 성남시 복정동과 경기도 고양군 북한산성주변ㆍ행주산성과 공항인근 서울 방화동.
서초동 녹지대에도 몇군데 있으나 40∼70마리의 중규모다.
이들 개목장에서는 주로 도사견과 황구의 교배종을 기른다.
70년대말 처음 교배에 성공했다는 이 교배종은 황구의 맛에 도사견의 덩치가 결합된 비육견.
기른지 1년이면 뼈ㆍ내장을 빼고 70∼80근이 된다.
황구는 같은 기간에 20∼25근에 불과.
성남시 복정동에서 1백50여마리를 기르고 있는 김모씨(34)는 『비육종은 기른지 아홉달이면 35㎏쯤 되는데 사료비ㆍ공수병주사비 등 비용을 제하고 순이익이 15만원쯤 된다』며 『생산부터 도축ㆍ판매까지 한곳에서 이뤄지니 중간에 뜯기는 것 없고 이런저런 단속ㆍ검사가 없어 좋다』고 말했다.<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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