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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없는 사람도 손수운전자와 짝지워 출근(아이디어 기업:8)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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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카풀 중개센터/신청자 천6백명… 회원차량 천3백대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러시아워에 자가용을 혼자 타고 출근하면 여기저기서 따가운 눈총이 쏟아진다. 반면 버스는 만원이고 합승할만한 택시도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도 많다.
바로 이런 경우를 짝지어 주는 데서 출발,작은 회사를 차려 성업중인 곳이 있다. 서울 목2동 카풀(CAR POOL)중개센터다.
창고를 개조한 5평정도의 사무실에 컴퓨터 1대,전화기 3대 등 장비를 갖춘채 대표 김용득씨(34)와 부인ㆍ여직원 2명등 4명이 철저히 아이디어와 서비스정신으로 일을 해나간다.
지난해 8월,8년여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떠난 김용득씨는 작은 개인사업을 하기로 작정했다. 궁리끝에 그는 올초부터 서울시에서 캠페인을 벌인 승용차 함께 타기운동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지난 3월 그는 외삼촌소유 건물의 창고를 거저 빌려 퇴직금을 들여 사무실로 꾸몄다. 부인과 둘이서 출퇴근시간때 복잡한 거리를 발로 뛰면서 안내전단을 뿌렸다.
김씨는 승용차함께타기운동이 처음에는 상당한 호응을 얻었으나,손수운전자에게는 일방적인 봉사를 강요하고 이용시민에게는 부담감을 주어 흐지부지되는 것을 보고 「서로에게 떳떳한 동기」를 부여해 주기로 했다.
이용객들에게서 월2만5천원(남자)ㆍ2만원(여자)씩 받아 손수운전자들의 은행구좌에 넣어준다. 회원가입비 3천원과 짝이 맺어진 승용차 1대당 소유자와 이용자 양쪽에서 매달2천원씩의 중개료를 받아 회사를 운영해 간다.
현재 회원으로 가입한 차량은 1천3백여대,이용신청자는 1천6백여명에 이른다고. 이중 출근시간ㆍ방향이 같은 1백20여쌍이 짝을 맺어 실질적인 혜택을 보고 있다.
『회원가입차량과 이용신청자가 하루평균 20여명씩 계속 늘면서 서울과 수도권지역에서 출발,도착시간과 지역이 맞아 떨어지는 경우도 더욱 많아지고 있습니다.』
김씨는 지난 4월25일 국내에서 카풀중개업 1호로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또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 여의도ㆍ관악ㆍ인천지사가 속속 설립됐다. 이용객이 늘어나고 회사가 알려지면서 목동ㆍ화곡동 등 강서지역 중심이었던 회원신청도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또 손수 운전자들이 회원가입을 꺼리는 이유중의 하나였던 가족이외의 다른 사람을 호의로 태우고가다 사고가 났을 경우 손해액에서 50%까지 빼고 보상해 주도록 돼 있던 자동차보험약관도 지난달 최고 5%까지만 깎고 지급하도록 개정됐다.
『운전자에게는 기름값 정도의 차량유지비 부담을,이용자에게는 출근전쟁에서의 해방과 공짜로 탄다는 심적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을 벗어나 이웃간에 서로 돕고 사는 시민공동체의식 확산에 기여한다는 보람도 큽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덜 개방적인 우리 사회분위기에서 회원가입차량이 무한정 늘어나길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일부 회원들이 최소한의 에티켓도 지키지 않는 바람에 「짝」이 깨지는 경우도 있는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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