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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활용하면 쓰레기도 자원(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고양이는 정갈한 동물이다. 고양이는 자신의 배설물을 절대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마당 귀퉁이나 텃밭가에 배변을 한 뒤 앞발로 흙을 모아 덮어버린다. 쥐를 잡아먹어도 찌꺼기나 피 한방울 남기는 일없이 깨끗이 뒷마무리를 한다. 그래서 고양이를 영물이라고도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칭하는 인간의 경우는 어떠한가. 먹고 쓰고 버린 찌꺼기와 오물들을 치우지 않고 함부로 버려 이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큰 두통거리가 되고 있다. 산꼭대기에서 깊은 계곡까지,작은 시냇물에서 강물을 거쳐 바다에 이르기까지 행락쓰레기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산업폐수와 생활하수가 하천은 물론 상수원에까지 흘러들어가고 있고,도시ㆍ농촌 할 것 없이 산업폐기물과 생활쓰레기가 아무데서나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모든 쓰레기가 인간생활의 편의와 향락,풍요와 욕망충족을 위한 과소비의 부산물이란 점에서 그 뒷마무리의 책임 또한 우리 인간들에게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쓰레기때문에 인간의 생활환경의 심각한 오염은 물론 지구 생물의 생태계까지 파괴되고 있으니 만물지영장은 고사하고 고양이 앞에 얼굴도 못쳐들 지경이 아닌가.
갈수록 쓰레기 배출량은 증가해가는데 매립장은 수용능력을 이미 초과하고 있고 새로운 매립장 건설에는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쓰레기 배출량이 문화향수의 정도와 비례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물질적 소비를 인간 행복의 척도처럼 생각하는 현대인의 환상이 얼마나 잘못된 착각인가를 당면한 쓰레기문제의 심각성에서 깨달아야 할 것이다.
쓰레기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손쉽고 가능한 접근방법은 먼저 쓰레기의 분리 수거제도를 철저히 실시하는 일이다. 다음달부터 서울시내 일부 지역의 시범실시가 확대되리라고 하는데 그 성패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여부가 열쇠가 된다. 최소한 세가지의 분리,즉 음식물 찌꺼기등 부억쓰레기와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쓰레기및 태울 수 있는가연성쓰레기로 나누는 일이다.
이것들이 유기비료와 생산자원및 연료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를 「삼폐를 삼보로 바꾼다」고 하고,일본에서는 「합하면 쓰레기,분리하면 자원」이라는 구호아래 이미 오래전부터 실시해 성공한 방법이다.
쓰레기의 재활용률은 우리가 겨우 2.4%에 그쳐 이웃 일본의 40%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낭비를 하는 셈이다. 쓰레기의 재자원화로 환경오염을 방지함은 물론 자원절약의 2중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방법은 가정에서의 분리배출과 수거의 번거로움이 따르는 일이긴 하나 이 정도의 노력없이는 쓰레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각오로 전국민이 자발적인 협조에 나서야 한다.
다음은 쓰레기 처리를 위한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과학적으로 처리하는 데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산업사회가 발달할수록 쓰레기 발생은 늘어가고,이를 매립ㆍ소각ㆍ재활용하는 데는 고도의 기술과 자본이 필요하다.
국내 쓰레기 처리문제의 어려움중 하나가 전담업체의 영세성에도 기인한다는 사실과 구미에서는 쓰레기 산업이 엄청난 성장기록을 세우고 있어 유망산업으로 꼽히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끝으로 장기적으로는 쓰레기 발생량 자체를 감소시켜야 한다.
하루 한사람이 배출하는 쓰레기의 평균치를 보면 일본이 0.8㎏,미국같은 과소비 국가에서도 1.6㎏에 불과한데 우리는 무려 2.1㎏에 달해있고 그것도 매년 10%쯤 증가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지역은 전인구의 39%가 몰려 살면서 전국쓰레기의 58%를 쏟아내고 있다.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식생활을 비롯한 우리의 소비생활 행태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생산기업도 과대포장등 쓰레기 발생요인을 줄이고 각종 1회용 편의도구의 생산도 억제돼야 한다. 생산된 상품이 쓰레기가 됐을 때의 회수문제도 고려하여 생산원가를 산출해야 될 것이다.
행정과 기업ㆍ소비자,그리고 온 국민이 상호 관련시켜 쓰레기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지혜와 수단을 동원하지 않으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쓰레기의 엄습을 막아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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