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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랑스 비보이 즉석 '댄스 배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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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처음엔 화기애애했다. 그저 몸 풀 듯 바닥을 휘젓었다. 그러나 프랑스 팀 한명이 자랑삼아 뽐낸 고난도 헤드 스핀이 화근(?)이었다. "어 이거 봐라, 장난이 아니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묘한 긴장감이 감돌며 양측은 자존심 대결을 벌이듯 불꽃 튀며 몸을 움직였다.

18일 저녁 서울 은평구 신사동의 한 연습실. 한국과 프랑스 비보이 간의 즉석 댄스 배틀이 한바탕 벌어졌다. 한국 측 비보이팀은 익스프레션. 1997년 결성돼 비보이 1세대라 불리며 최근 비보이 공연 '마리오네트'를 성황리에 마친 팀이다. 프랑스 측은 케피그 무용단. 비보이뿐만 아니라 기계체조.서커스 등이 혼합된 힙합 댄스 컴퍼니로 비보이 공연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을 수상하는 등 프랑스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세계적인 공연단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24일과 25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내한 공연을 할 예정인 이들이 공연에 앞서 익스프레션 연습실을 방문한 것.

케피그 무용단원 제니퍼는 "워낙 실력이 출중해 한국 비보이들은 프랑스에서 유명하다. 특히 익스프레션은 2002년 프랑스 대회에서 우승해 꼭 한번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른 단원은 마치 한류 스타를 언급하듯 한국 비보이들의 이름을 줄줄 댈 정도였다.

연습실을 찾은 케피그 무용단원은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비보이들만의 손짓 몸짓을 해 가며 익스프레션 멤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몇 명이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푸는 사이 연기를 주로 하는 한 케피그 단원은 익스프레션 멤버로부터 춤 동작을 배우기도 했다. 각 팀의 작품을 잠깐씩 맛보기 형태로 시범을 보일 때까지만 해도 서로 박수를 쳐가며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대결 양상을 띠게 된 것은 여러 명이 둥그렇게 선 가운데 한 명씩 나와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춤을 추는 '프리 스타일' 시간. 특히 프랑스 비걸(b-girl.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여자를 가리킴)이 남자들도 하기 쉽지 않은 프리즈(freeze) 동작을 가뿐히 해내자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이에 질세라 익스프레션 멤버들이 하나 둘씩 윈드밀.나인틴 동작 등을 시도하자 연습실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국이 테크닉적인 측면이 돋보였다면 프랑스는 즉흥성과 스타일에서 한 수 위의 기량을 보였다. 이들의 댄스 시범은 한 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익스프레션 이우성 단장은 "단지 기계적인 동작이 아닌 상황에 따른 창조적인 몸짓이 인상적이었다. 실제 공연을 보면 새로운 영감을 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글=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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