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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영 기업 늘었지만 성과는 지지 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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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은 84년부터 대외무역을 확대하는 방침을 세우는 한편 외국자본·기술과의 합작형태인「합영」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북한은 재일 조총련계 상공인과의 합영 사업에서 어느 정도 실적을 올리고 있으나 6년이 지난 지금까지 큰 성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북한과 조총련계 상공인과의 합영기업 실태와 진행 상황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추진 과정>
북한은 84년 9월8일「합영법」을 공표했다. 그 뒤「합영법 시행세칙」(85년3월2일), 「합영회사 소득세법」(3월7일)및 그 세칙, 「외국인 소득세법」(3월7일)및 그 세칙 등 제반법규도 잇따라 마련했다.
북한의 합영사업은 중국의 대외 경제개방 경험을 일부 수용한데서 비롯된다. 합영 사업은 외국의 차본·선진 기술을 용이하게 도입하고 외국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는 것이다. 특히 외화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이 외국의 자본·선진기술을 도입하는 주요 방편으로 합영 기업의 설립을 추진하게된 것이다.
북한은 합영사업을 시작하면서 우선 재일 조총련계 상공인들을 적극 활용, 이들을 창구로 삼아 일본의 자본·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87년부터 본격화>
북한과 조총련 측의 합영사업은 84년부터 86년 말까지의 준비 및 실험단계를 거쳐 87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합영 건수를 보면 86년에 불과 4건이었던 것이 87년에는 26건, 88년에는 34건, 88년에도 34건에 이르게 됐다.
그간 조총련계 상공인에 의한 합영 경제 대표단이 빈번히 북한을 방문하는 한편 87년2월부터 4월에 걸쳐 북한의 합영관계 기술자 대표단이 방일했다. 87년 2월에는 북한의 합영경제 대표단이 일본을 방문, 전체 10개 지역 3백명의 조총련 측 상공인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합영사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86년 6월 발족된 조총련「합영사업 연구회」가 87년4월 조총련「합영사업 추진 위원회」로 개칭, 확대 일로에 있는 합영 사업에 대한 편의 및 정보제공 기능이 강화됐다.
89년 4월에는 합영기업을 위한 은행 업무를 수행케 하고 조총련계 상공인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조선 합영은행」(조총련합영사업추진위원회와 조선국제합영총회사의 합영. 자본금 20억엔)이 설립됐다.

<실태>
89년 말 현재 조총련 상공인에 의한 북한과의 합영기업 계약 및 합의건수는 98건이고 그중 42건이 조업중이다.
합영 계약을 맺은 기업(총73건)의 업종별 비율을 보면 제1차 산업 (농업·임업·어업·수산 양식업 등)은 8건(11%), 제2차 산업(제조업·건설업·광업·전기사업 운수업 등)은 44건(60.2%), 3차 산업은 21건(28.8%)이다.
계약 및 합의에 이른 합영기업의 총 투자액은 약 1백13억엔(89년 말)이고 건당 평균 투자액은 계약 베이스로 약 l억6천만엔.
투자내용을 보면 조총련 상공인 출자는 거의 설비·기술·유동자금 등이고 북한 측 출자는 건물·토지·재료·자재·노동력·에너지 등이다.

<평균 1억6천만엔>
현재 조업중인 합영 기업의 설립과정은 통상 투자대상에 대한 조사에 기초해 우선 합영 파트너(회사·기업소)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계약 문서의 내용에는 합영회사 설립·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법적 문서인 합영 기본 계약·설비 플랜트 수출계약·기술원조 계약·원료 자재 공급계약·제품판매 계약 등이 포함돼 있다.
계약이 체결되면 계약문서를 북한 대외 경제 위원회에 제출해야 하고 이렇게 되면 도 행정경제 지도 위원회에 등록되는 것으로 절차가 끝난다.

<사례>
▲모란봉 합영회사=이 회사는 모란봉 주식회사(동경)와 북한의 은하 무역 총회사의 합영 기업으로 현재조업중인 합영 기업 중에선 최대 규모다.
86년12월 제1공장, 87년2월 제2공장의 계약이 각각 체결됐다. 제1공장은 평양의 대동강 구역(87년4월 조업), 제2공장은 평양의 동대원 구역(87년9월 조업)에 위치하고 있다.
출자금은 약27억엔이고 출자비율은 조총련 상공인 측이 51.8%, 북한측이 48.2%다. 조총련 측이 최신의류 가공 설비·원자재(울·실 등)를, 북한측이 공장건물 노동력·토지 등을 제공했다. 종업원 수는 1천1백명.
생산목표는 기성복 40만벌, 와이셔츠 80만벌, 점퍼 50만벌로 되어 있다.
이 기업이 본격 가동된 89년 신사복·재킷 7만5천벌을 일본으로 수출했다. 이 제품들은 일본의 의류전문점·백화점에서 4만엔 정도로 판매되고 있다.
올해엔 15만벌을 생산목표로 잡고 있다.
모란봉 합영회사는 앞으로 방직공장(약1백억엔)의 조업을 앞두고 있어 일관 생산공정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평양 피아노 합영회사인 이 회사는 조총련 상공인(교민2세)이 중심이 되어 경영하는 유한회사 PACO와 평양악기 총회사의 합영이다.
85년부터 조총련 상공인 기술조사단이 현지에서 조사를 시작, 목재조달·노동력 확보 등 준비를 거쳐 87년 4월 계약이 체결됐다.
출자비율은 조총련 측이 55.6%, 북한측이 44.4%로 공장은 평양의 만경대 구역에 위치하고 있다.
생산 규모는 연간 5천대를 목표로 하고 있고 89년11월부터 조업을 개시, 금년 4월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거의가 교포2세>
이 합영 기업에 참여한 조총련 상공인은 거의 일본 조총련계 학교 출신인 교포2세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화학 합영회사=전문 상사인 국제 트레이딩(동경)과 용악산 무역 총회사의 합영이다.
계약은 88년9월 맺어졌고 합영 기업의 출자금은 2천만달러. 출자 비율은 조총련 측이 50.4%, 북한측이 49.6%로 되어있다.
사업 내용은 북한에서 채굴한 희귀 원소류를 포함하고 있는 광석의 정련이다. 형광체 등에 사용되는 이트륨 등을 연간 1천t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90년4월 함경남도 함흥시에 완성된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대부분은「수출용」이지만 기술이전에 따라 북한의 금속화학공업·전자자동화 공업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명전 합영회사=농영 상사와 북한 보건부 의료기 연합회사의 합영으로 87년10월 계약이 체결됐다.
출자 비율은 조총련 측이 66.3%, 북한측이 33.7%. 89년2월부터 평양에 있는 의료기구 생산공장에서 전자의료기구 생산이 시작됐다. 연간 생산목표는 심전도 5백대, 체온계 1백만개다. 그밖에도 초음파 진단기·위 내시경·뇌파기 등 생산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해외 수출용과 북한 내부 수요용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고 있다.
▲이영삼 평양단밤연구소=밤 전문상사인(동경)과 북한의 성천군 경영 회사의 합영이다.
계약은 작년11월 체결됐고 투자비율은 조총련 21.4%, 북괴 측 78.6% 연구소는 평안남도 성천군에 있고 밤 밭은 1천헥타르, 종업원 수는 2백명.
조업은 87년에 시작됐고 본격적인 수출은 90년부터 개시됐다(금년목표 5백t).<유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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