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 말하는 김인호 내외경제 조정실장(일요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UR(우루과이라운드) 충격 최소로 줄이겠다”/우리 경제 선진국수준 취급이 문제/수입 개방 예외 늘려 농민 보호 노력
지난 18일 청와대에서는 이승윤부총리등 13개 관계부처장관들이 모여 대통령에게 우루과이라운드(다자간 무역협상)에 관해 이례적인 긴급보고를 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가 타결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너무 크므로 이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가 논의됐다. 우루과이라운드라는 게 도대체 뭐냐,그게 어떤 도시광장에서 논의되는 세계경제문제가 아니냐 하는 정도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실무를 담당하는 관리들조차 답답해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부의 다른 각료나 고급공무원ㆍ정치인 또는 일반기업인들의 무관심속에 버려져 왔다. UR실무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인호경제기획원 대외경제조정실장을 만나 UR에 관해 얘기를 들어본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는 것 같던 정부가 갑자기 대통령까지 나서서 UR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늦게 나서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동안 정부가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니죠. 대외적으로는 86년9월부터 3백여회에 걸쳐 국제회의에 참가하고 대내적으로는 관계부처국장ㆍ업계ㆍ학계 등으로 구성된 7개 실무대책반을 구성,UR에 대비하고 발표도 종종 했지요. 그러나 UR가 복잡하고 어려운데다 91년 이후의 일이다보니 얼른 피부에 와닿지않아 일반이나 업계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우리들이 아무리 발을 동동 구르고 중요성을 외쳐봤자 헛일이었습니다.
­정부관리들조차 UR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지 않습니까.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죠. UR를 한마디로 얘기하면 통상문제를 광범위하게 협상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48년 보호주의에서 벗어나 자유무역과 교역질서 창출이라는 목표아래 GATT(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체제가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관세인하ㆍ비관세장벽철거 등 그때그때 이슈가 되는 문제를 논의,세계교역확대에 공헌해 왔습니다. 그러나 80년대들어 수출경쟁력이 약해진 미국 등 선진국이 GATT정신과 어긋나는 수출자율규제 등 수입규제를 하게 됐습니다.
이에대해 개발도상국들은 GATT에 이의를 제기하게 됐고 미국등 선진국은 자기네가 경쟁력을 갖고있는 서비스ㆍ지적소유권도 하나의 상품으로 자유로운 교역을 하자고 맞섰습니다. 이에따라 86년9월 우루과이에서 GATT 가맹국들은 90년까지 이 문제들을 광범위하게 협의,새로운 자유무역질서를 만들기로 합의했는데 그게 바로 UR죠.
­그 협상에서 어떤 분야가 가장 쟁점이 되고 있습니까.
▲농산물과 서비스 분야지요. 특히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농산물의 자유로운 교역,각종 보조금지급중지등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ECㆍ일본 등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지요. 예컨대 추곡수매같은 농민지원책을 쓰지말라는 겁니다.
­UR협상이 올해안에 타결될 것 같습니까.
▲지금까지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이 대개 드러나 윤곽이 잡혀가고 있습니다만 오는 23일 열리는 무역협상위원회(TNC)에 15개 협상그룹의 장이 협상초안을 제출하면 보다 확실한 모습이 드러나겠지요. 지금까지의 진전상황으로 봐 섬유ㆍ긴급수입규제는 개도국의 입장이,농산물ㆍ서비스ㆍ지적소유권 분야는 미국등 선진국의 의사가 강하게 반영되어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어떤 입장에서 협상에 나서고 있습니까.
▲우리 위치는 정말 모호합니다. 우리 자신은 개도국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상대방들은 아무도 우리를 개도국으로 생각지 않습니다. 선진국 내지 준선진국으로 생각하고 협상에 응할 것을 요구해 고민입니다. 예컨대 중동건설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공사를 했던 한국의 건설분야가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아무리 외쳐봐야 누구 하나 믿어주지 않습니다.
또 우리 농촌 현실이 어렵고 소득분배가 제대로 안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해도 귀를 기울여주는 나라가 없습니다. 밖의 현실은 이런데 국내에서는 모두 개도국 입장에서 협상에 임하라고만 하니 죽겠습니다. 섬유ㆍ긴급관세ㆍ지적소유권ㆍ서비스분야는 개도국 입장에서,건설ㆍ통신등은 중진국 입장에서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UR가 타결되면 우리나라는 어느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 같습니까.
▲농산물과 서비스분야가 가장 심한 충격을 받을 것으로 봅니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무역협상위원회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농산물그룹에서 일단 합의된 초안은 각종 보조금을 줄이거나 하는 것 등으로 돼있어 이 안이 타결되면 국내 농업은 뿌리째 흔들릴 전망입니다.
예컨대 쌀ㆍ보리와 이중곡가제ㆍ양념류 수매비축제ㆍ영농자금 등을 모두 없애야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예컨대 쌀수입이 자유화된다고 가정해 보십시요. 우리 농촌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따라서 우선 대외적으로는 식량안보등 일반상품과 다른 농업의 비교역적 특성을 강조,최대한 수입자유화 예외 품목을 늘리고 UR가 허용하는 보조금의 범위를 넓히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금융분야 협상은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미국등 선진국은 투자ㆍ지점설치ㆍ보험상품판매ㆍ영업활동등은 어느 나라에서나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비롯,개도국들은 그럴 경우 금융통화신용정책의 혼란이 오므로 곤란하다는 입장이지요. 연말께 확실한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선진국의 입장이 반영돼 상당수준의 개방이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UR협상이 타결되면 기존의 자본자유화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미국이 요구하는 서비스협상의 발효시기가 92년부터이므로 우리의 자본자유화시기(92년)는 변경할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처럼 증시가 침체돼 주가가 너무 낮은 상태에서 외국인의 자유로운 투자가 허용되면 큰일 아닙니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외국인에 대한 투자한도가 있으므로 오히려 증시부양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요. 하여튼 금융개방에 대비,업계와 대처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문제는 업계가 이를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 적극 나서기 보다는 보호만 요청하는데 있습니다. 심지어 UR가 문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80∼90%나 되는 나라이므로 UR협상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다자간 협상인 UR협상에 참여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이점을 찾아내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이석구경제부차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