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력적 필치로 색채이미지 극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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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우리가 회화작품을 벽에 걸때 그 벽에 거는 것은 그림이지 이벤트(또는 행위)는 아니다.』
이 지적은 50년대의 미국 액션페인팅에 대한 근원적인 이의 제기다.
흔히 이「행위회화」는 보다 넓은 의미의 추상표현주의의 범주 속에 포함되는데, 이 표현주의 적 미술이 8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시금 강력하게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두고 우리는 일반적으로「신 표현주의」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거니와 일랴 하이니히는 바로 그 신 표현주의 운동의 본고장이랄 수 있는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갓 40대의 화가다.
같은「표현주의 적」성향의 것이라고는 하나 50년대와 80년대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며, 그 차이를 하이니히의 작품은 무엇보다도「회화적」인 방법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 보인다.
같은 추상 표현주의라고는 하지만 액션페인팅은 위에서 지적했듯이 행위의 흔적으로서의 회화를 말한다.
이에 반해 하이니히의 회화에서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것은 「행위가 아닌 그림」, 다시 말해서「회화성」의 문제요, 또한 독자적인 회화공간의 창출이라는 문제다.
회화성이라고 했을 때 그것은 일차적으로 색채와 그것을 얹히는 필치를 말한다.
그의 색채는 강렬한 것이면서 작품마다 일정한 전체적인 톤으로 통제되고 있으며 그것이 거칠고 정력적인 필치에 의해·색채의 표현 성이 극대화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화면에서 구성적인 요소는 배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위의 흔적으로서의 거센 필치는 그 너머에 일종의「여백공간」을 차분히 가라앉히면서 동시에 그 공간을 역동적이자 집약적인 공간 속에 동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집약적인 역동성, 그것이 바로 게르만 적 특성이 아닌 가도 생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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