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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북 금수품목 포함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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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승용차, 담배, 양주, 디지털 TV 등 첨단 가전제품, 멜론.쇠고기.참치 등 상품(上品) 먹거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제재 결의문에서 사치품의 대북 수출을 금지함에 따라 일본 정부가 추리고 있는 품목들이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 품목을 확정하는 대로 실행할 방침이다. 안보리가 결의한 대북 수출 금지 품목은 안보리 산하에 곧 설치될 '제재위원회'가 2주일 내에 작성하지만 사치품은 각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한다.

사치품 수출 금지 조치는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만경봉호 입항 금지 ▶금융 제재 ▶북한으로부터의 수입 및 입국 전면 금지에 이어 일본의 네 번째 제재 조치가 된다. 일본 언론들은 "사치품 수출 금지의 주 타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조선노동당 39호실'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39호실'은 사치품의 수집 및 마약.위조지폐 등 불법 자금 조성을 전담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일 정부는 사치품 선정에 대해 북한의 당과 군의 간부가 얼마나 애용하는지를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측근들에게 고급 승용차나 양주 등을 선물하는 것으로 일본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일본의 지난해 대북 수출은 68억8281만 엔. 이 가운데 승용차가 약 6억8532만 엔(10%), 담배가 2억3323만 엔(3.4%)이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8일 "금액으로만 보면 크지 않지만 이 같은 사치품은 독재 체제의 유지 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물품을 막으면 북한 지도층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 정부는 미식가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식탁도 표적으로 삼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13년간 북한에 머물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59)가 김 위원장이 즐겨 먹는다고 증언한 일본산 참치 뱃살, 성게 알젓, 방어도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하이테크 전자부품과 고급 가전제품의 수출도 사실상 금지될 전망이다. 그동안 일본은 군사적 용도로 전용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이라도 가격이 5만 엔(약 40만원) 이하인 것은 예외적으로 수출을 허가해 왔다. 하지만 집적회로, 디지털신호 변환기 등 특정 제품은 가격이 크게 떨어져 기존의 기준으로는 북한으로 반출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일 정부는 조만간 시행령을 개정해 5만 엔 이하의 전자제품에 대해서도 경제산업성의 수출 허가를 얻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대북 사치품 금수(禁輸)조치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식도락 취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이 18일 보도했다. '파리정치학연구소'의 한반도 전문가인 레오니드 페트로프는 이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제 사회가 사치품 금수 조치로 북한 정권에 모욕을 줬지만 이 조치가 효과적이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북한은 중국이나 일본을 통해 고급 식품을 몰래 들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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