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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에 바란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조세제도는 나라살림에 필요한 재원을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국민에게 분담시킴으로써 부의 배분을 도모하느냐에 1차적 목적이 있는 것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국가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추세다.
16일 발표된 90년 세제개편 추진방향도 세수확보라는 본래의 목적외에 전환기를 맞고 있는 우리 경제ㆍ시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조세정책의 측면에서 해결해보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번 개편안에서 정부가 제시한 정책목표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그 하나는 국민의 형평ㆍ균형에 대한 요구를 세제면에서 수용한다는 것이고,그 둘은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에 대응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며,그 셋은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세수확대다.
원론적으로 얘기해서 정부의 이같은 기본목표와 방향의 설정은 타당하다고 본다. 조세를 통한 배분구조의 개선이나 기업경쟁력의 강화등은 어는 것 하나 뒤로 미룰 수 없는 것들이며 복지요구의 증가에 대응한 재정수요의 팽창도 불가피한 추세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번 개편안이 세수확보에 급급한 나머지 국민의 부담증가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하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그 구체적인 예가 최저한세라는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조세제도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최저한세제도가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얼마나 부과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요컨대 방위세가 금년말로 폐지되는 데 따른 세수결함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그 옳고 그름을 논하기는 어려우나 이와는 별도로 주세ㆍ특소세ㆍ지방세분 방위세는 교육세로 전환하여 그대로 존치시키면서 따로 세목을 신설한다면 그 대상과 범위는 크게 제한해야 옳을 것이다.
또 설탕에까지 특소세를 매기는등 비현실적이라는 지목을 받고 있는 특소세 자체에는 전혀 손질을 하지 않으면서 특소 전혀 손질을 하지 않으면서 특소세에 부가되는 방위세분을 교육세로 전환,존속시키겠다는 것은 간접세 비율을 낮추어 서민의 세금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는 요구에도 역행하는 세수확보 위주의 편의주의 자세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번 개편안이 무주택자에 대한 소득세 공제제도를 신설하는등 일부 공제제도를 확대하고 서화ㆍ골동품 등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신설등 양도소득이나 금융자산소득에 형평성 제고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인세율의 인하나 기술ㆍ인력개발에 대한 조세지원의 강화도 현실적 여건을 감안한 필요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자산 소득중 실명 거래분의 세율을 높이면서 비실명거래분에 대한 세율은 소득세 최고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소득세 최고세율의 인하방침에 따라 사실상 오히려 세율이 낮아지게 되는 점은 형평의 정신에 비추어 타당성을 잃고 있다 하겠으며 상속세의 최고세율은 낮추면서 최저세율은 인상한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하겠다.
또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술ㆍ인력개발에 세제지원을 늘리는 것은 좋으나 농촌인구의 대도시 집중등을 감안,지역에 따라 차등을 두어 지방에 대한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이 자리에서 방대한 세제개편 내용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기는 어렵다. 다만 조세제도의 개편은 국민의 대응에 따라서는 엉뚱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이에대한 사전의 세심한 배려가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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