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 불감증이 더 큰 적이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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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해시대를 살고 있는 인간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은 공해 자체보다도 이에대한 무감각과 몰인식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공해를 「보이지 않는 총탄」아라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사이에 몸에 침투하여 건강을 해치고 심한 경우 목숨까지 앗아가는 무서운 속성을 정확히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공해의 방지나 대비에 있어 절대 불가결의 요소는 그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잠재적 피해대상자에게 인식시킴으로써 피해를 예방하도록 하고 스스로 공해배출 자체를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일반적인 습성은 우선 공해에 대해 매우 무감각하다. 지하상가에서 생활하는 상인들이 흔히 두통과 기관지 또는 폐질환을 만성적으로 앓고 있으면서도 그 원인에 대해서는 별로 문제삼지도 않고 그때그때 대증요법으로 약 몇알씩 사먹는 정도로 가볍게 넘기는 것이 상례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지하상가 공기가 인체에 해로운 물질로 크게 오염돼 있다는 것이다.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곳이 세 군데나 되고,공기중의 먼지는 조사대상의 65%가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환기시설이나 청소방법의 개선등 근본적인 지하 공기의 정화방법을 강구하지 않고 대증요법을 쓰는 데는 공해 자체에 대한 무감각과 인식부족이 큰 몫을 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총탄이 자기 몸에 침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더 개탄스럽고 악의적인 것은 국민들의 공해에 대한 무감각을 조장하고 공해가 없는 것처럼 속이는 일이다.
서울시가 최근 국회에 낸 자료를 보면 대기오염 기준치를 연평균 환경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이보다 오염기준이 3배나 높은 단기 환경기준을 적용하여 오염농도가 기준에 훨씬 못미치는 깨끗한 공기인 양 거짓 숫자를 보고한 것이다.
연간 3회이상 초과하면 안되는 기준을 1년내내 그 수준이면 괜찮은 것으로 속임수를 쓴 것은 서울시의 공해행정이 완벽한 것처럼 호도하기 위한 잔재주이겠으나 그러는 중에 시민의 폐는 망가지든 말든 상관이 없단 말인가.
도시의 대기오염이 일반적인 공해와 마찬가지로 배출자가 대부분 바로 그 도시의 시민들이란 사실에 유의하면 당국의 이런 속임수가 얼마나 어리석은 작태인가 명백해진다. 도시 대기의 주요 오염물질인 아황산가스나 일산화탄소ㆍ질소산화물ㆍ먼지 등이 대부분 빌딩과 가정의 연료나 공장과 자동차의 매연 따위에서 방출되기 때문에 시민의 협조없이는 이들 공해물질의 농도를 줄일 수 없다.
그런 협조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숨쉬고 있는 대기가 얼마나 오염돼 있는지 그 실상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알려주고 그것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의 심각성을 끊임없이 인식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 역할과 책임을 맡고 있는 것이 바로 행정당국이 아닌가.
환경오염의 해악에 대한 온국민의 올바른 인식과 이에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공해물질배출 자체를 일반국민들이 억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행정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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