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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 하는 사랑과 봉사의 길 절망하는 장애인에 기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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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기독교신앙에서 배어난 용기·사랑·헌신으로 역경을 이겨내고 봉사의 삶을 살아가는 부부의 감동적 자서전이『어둠을 비추는 한 쌍의 촛불』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자서전의 주인공은 미국 노스이스턴 일리노이대 대학원교수로 특수아동심리학·특수교육공학 등을 강의하고 로터리클럽 임원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강영우 박사(46)와 장애자를 위한 특수교사로 일하는 부인 석은옥씨(47)다.
강 박사는 맹인이다. 그는 15세 때 실명했으나「내 실명을 통해 하느님의 놀라운 역사가 계획되었다」고 믿고「내가 약해졌을 때 오히려 나는 강하다」는 바울의 신앙을 본받아 좌절하지 않고 바른 세계를 살기 위해 노력하였다.
실명이 확인된 그 날 어머니가 뇌일혈로 숨지고 공장에서 여공으로 일하며 그와 두 동생을 돌보던 누님마저 1년여만에 숨지는 역경을 이기고 그는 연세대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에 유학, 피츠버그대학에서 특수교육전공 교육학석사, 재활상담 심리학전공 심리학석사, 교육전공 철학박사가 되었다.
역시 기독교가정에서 자란 부인 석씨는 고교·대학에서 적십자·걸스카우트 등에 소속되어 봉사활동을 하다 강 박사를 만나 결혼하고 미국에 함께 건너가서 장애자를 위한 특수교사가 되었다.
자서전『어둠을 비추는 한 쌍의 촛불』에 나타난 이들 부부의 결합과 봉사의 생활은 기독교적 용기와 봉사의 정신이 부부애로 더 높이 승화된 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맹인이 된 강씨가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여 중학교 2학년 때 부인 석씨는 적십자봉사자로 일하며 숙대1학년에 다닐 때 만났다(나이로는 석씨가 한살 위). 우연히 한 모임에서 서로 마주치고 맹인소년을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주면서 이들의 관계는 시작됐다. 그때부터 석씨는 누나로 강씨를 도왔다.
그로부터 10년. 맹인소년 강영우는 불구를 딛고 일어서서 남을 위해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의지의 인간이 되었다. 봉사자로 교육받고 실천해오고 있던 석씨는 맹인 강씨의 그 같은 의지에 감명 받고 있었다. 그들의 결합은 자연스런 것이었다.
강박사의 생은「실명은 장애가 아니라 하늘이 나에게 맡긴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라고 외친 데부터 남다른 가치를 지니게됐다. 그는 자신의 생이 잠재적인 힘을 잊고 절망에 처한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장애를 딛고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도구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는 맹인으로 점자책을 읽고 다른 사람이 읽어주는 것을 들으며 영어를 완전히 익히고 특수교육을 위한 교육학을 정상인보다 뛰어나게 전공해 그와 같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가르치게 됐다.
강 박사는 완전한 육체든, 불완전한 육체든 생명은 존귀한 것이며 각자에게 주어진 생명을 성숙시킬 의무와 책임이 있고 이에 필요한 능력을 부여받았다는 것을 가르쳐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됐다.
그가 쓴 자서전적 수필『빛은 내 가슴에』는 1983년 국내에서 출판돼 장애인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
이 책은 1987년 미 장로교단출판사인 웨스트 미니스터 존 락스 프레스가 영문으로 내 미 의회 녹음도서로 제작돼 미국 전역에 보급되었다. 또 미국 장로교단·감리교단의 필독도서 목록에 포함되었다.
강 박사는 로터리클럽 회원으로 2005년까지 소아마비를 비롯한 예방이 가능한 전염병을 추방하자는 운동에 앞장서 미국전역·일본·대만에서 강연했다. 그의 강연으로 많은 모금이 이루어져 국제로터리클럽의 명사가 되었다.
부인 석씨는 시각장애학생을 찾아다니며 개별 지도하는 순회교사다. 그녀의 헌신적 노력은 1991년 판 미국여성인명사전에 그녀가 한국계 미국인여성으로 최초로 수록되는 영광을 갖게 했다.
강영우·석은옥 부부의 이야기는 성공담의 하나가 아니다. 절망 속에서 생명을 얻은 종교인의 깨달음과 헌신의 기록이며 그로써 얻은 영광이다. 강씨 부부에게 그것은 기독교였으며 하느님이 그들을 통해 역사한 것이다.
강씨는 그의 책에서 성경의 한 구절을 썼다.
「여러분이 겪는 시련은 모두 인간이 능히 감당해 낼 수 있는 시련들이었습니다. 하느님은 신의가 있는 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힘에 겨운 시련을 겪게 하지는 않으십니다. 시련을 주시더라도 그것을 극복하고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실 것입니다」.(고전10:13)<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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