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 일본 포르노 70% 공급 인터넷 '김본좌'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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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천에 사는 김모(29)씨는 온라인에선 유명인사 대접을 받았다. 네티즌은 그를 '김본좌'(대가를 뜻하는 인터넷 은어)라 부르며 떠받들었다. 그가 온라인 스타로 떠오른 비결은 음란물 장사였다.

김씨는 2004년 4월부터 P2P(파일 교환) 서비스를 하는 T사이트에서 'kimOO'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했다. 그의 전문은 일본 포르노물. 김씨는 일본에서 포르노물이 나오면 바로 다음 날 인터넷에 올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자세한 설명과 개인 감상을 곁들여 큰 인기를 모았다.

네티즌 반응이 좋자 2004년 하반기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음란물 장사에 나섰다. 김씨는 매일 인터넷 접속이 뜸한 새벽에 일본 P2P 사이트에서 음란물 20~30편을 다운받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잠깐 눈을 붙인 뒤 오전에 T사이트에 음란물을 등록했다. 네티즌이 음란물을 받아가면 김씨는 수수료를 받았다. 지금까지 5000만원가량을 벌었다. 김씨의 가족은 그가 막연히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줄로만 알았다.

김씨의 인기가 오르자 또 다른 P2P 업체인 S사이트가 지난해 10월 300만원을 주고 스카우트했다. 김씨를 영입하면 회원이 많아지고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의 끈질긴 수사에 꼬리가 잡혔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최근 김씨를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도주.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원에 의해 영장이 기각됐다.

김씨는 경찰에서 "최근 2년간 최신작 음란물을 올려달라는 네티즌의 성화 때문에 하루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가 최소 1만4000여 편의 음란물을 퍼뜨린 것으로 집계했다. 국내에 유포되는 일본 포르노물의 70%를 김씨가 공급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음란물 유포로 P2P 업체는 5억원의 불법 이익을 얻었지만 처벌은 1000만원 벌금에 그쳤다"며 "음란물 유포에 대한 형량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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