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게임 '포청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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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그는 어렸을 적부터 컴퓨터 게임에 푹 빠져 살았다. 286 컴퓨터에서 시작해 가정용 게임기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까지 구입해 게임을 해왔다. 고려대 통계학과 재학 때부터 1999년 군에서 제대한 직후까지 대회에 선수로 출전했다. 그러나 자신의 손동작이 빠르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프로 게이머의 꿈을 접었다고 한다.

그랬던 임민우(30.사진)씨가 18일부터 이탈리아 몬자에서 열리는 '월드사이버게임즈(WCG) 2006'에 참가한다. 선수가 아닌 심판 자격으로다. 임씨는 2001년 1회 대회 때부터 6년 연속 WCG의 심판을 맡아온 유일한 인물이다.

"유능한 프로 게이머라도 WCG에 매년 출전하기는 어렵죠. 대회는 계속 보고 싶고 해서 매년 참가가 가능한 심판의 길을 택했습니다."

이 대회는 삼성전자가 스폰서를 맡고, 마이크로소프트가 후원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축제다.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등 8가지 종목에서 70개국의 대표 게이머 들이 총 상금 4억3500만원을 놓고 토너먼트 형식으로 자웅을 겨룬다. 국내에서도 대표선발전을 거쳐 20명의 게이머가 출전한다.

각 종목에 8명씩 배치되는 심판의 역할은 부정행위를 적발하고, 하루 일정이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다. 어학과 컴퓨터 지식 등이 뛰어나야 심판이 될 수 있다.

임씨는 9일 공군에 입대한 임요환(26) 선수가 2001~2002년 스타크래프트 부문에서 처음으로 2연패 할 때에도 현장에 있었다. 그는 "2002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임 선수가 80% 정도 넘어간 경기를 막판 뒤집기하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불가리아 선수가 패한 뒤 키보드를 내던져 산산조각이 날 정도로 분을 삭이지 못한 명승부였다"고 말했다.

심판 수당은 하루 100달러에 불과하지만 그는 게임이 좋아서 심판일을 계속한다고 했다. 모바일 솔루션 회사에서의 기획이 임씨의 본업이다.

임씨는 "국내 게이머들은 이기는 경기를 추구하지만 외국 게이머들은 즐기기 위해 대회에 출전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글=심재우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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