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은 흡사「부처없는 절」/미 아이삭스교수 프레스센터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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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도자 공백… 지식인들 “희망없다”줄이어 출국
중국 문제전문가인 아널드 아이삭스교수(미타우슨주립대ㆍ정치학)는 13일 지난해 유혈진압으로 끝난 6.4 천안문사태이후 대학생을 비롯한 지식인층 사이에는 『희망이 없다』는 유행어와 함께 출국붐이 일고있다고 밝혔다. 아이삭스교수는 중국 지식인들의 이같은 비관주의 만연은 공산당과 사회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감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삭스교수는 이날 한국 프레스센터(이사장 이우세)초청으로 「천안문사태이후 중국사회의 변화」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이같이 말하고 『신뢰받는 지도자가 없는 상태에서 유지되는 중국 공산당은 「부처님없는 사찰」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아이삭스교수의 주제발표 내용요지.
천안문사태를 유발한 민주화요구시위를 정치적 문제로만 파악해서는 곤란하다. 민주화시위를 주도한 계층이 대학생들을 비롯한 「지식분자」들임에 유의해야 한다. 중국은 70년대부터,특히 80년대 들어 개방정책과 함께 추진해온 경제개혁이 일단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었다.
그 결과 과거에 비해 중국사회에는 소비재가 풍부해지고 생활이 많이 안락해졌다. 그러나 그 경제적 성과가 정치쪽으로 이월되지 않았다. 이때문에 당에 대한 믿음이 위기에 처하게 됐고 정부의 정책과 관련한 판단에 대한 위기상황이 도래했다. 기대치가 커서 좌절도 커진 것이다.
특히 연간 20∼30%에 이르는 악성인플레로 인해 지식인층은 최대의 피해자가 됐다. 개체호(자영업자)가 늘어나 이윤을 챙기는 계층,잉여농산물을 판매해 경제적 실리를 얻은 농민,생산성 향상에 따른 보너스를 받는 공장노동자들에 비해 교수ㆍ교사 등은 상대적으로 경제력에 관한한 소외계층으로 등장하게 됐다.
사유재산 인정등 개방경제로의 전환에 따른 자영업의 등장은 공무원사회에 부패를 만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다보니 정부정책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게 되고 나아가 공산당의 위신은 실추됐다. 공산당의 지도적 역할에 빨간등이 켜진 것이다. 결국 중국공산당은 「부처님없는 사찰」이 권위만을 유지하려는 격이 됐다. 대다수의 중국인다운 당을 「권력유지를 위한 권력」으로 파악하기에 이르렀다.
정부정책,특히 경제정책이 오락가락하다보니 그 변화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로인해 중국인들은 이념ㆍ정신ㆍ가치관에 대해 공허감을 갖게 됐다.
천안문사태를 촉발시킨 민주화요구시위는 폭군주의에 대한 투쟁의 측면이 있지만 서구식의 민주화요구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8억이 넘는 농촌인구에 대한 당의 조작이 가능해 과반수의 개념 자체가 정립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화요구의 범위가 당에 의한 개인생활의 간섭배제,부패없는 당과 정부의 운영에 한정되고 있는 것이다. 그마저도 유혈참극으로 상황이 마무리되자 중국사회전반,특히 지식인세계에는 도처에서 혼란과 절망만이 발견된다. 대학생들 사이에는 중국에도,자신들에게도 희망이 없다는 말이 유행처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해외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지만 출국조건이 강화돼 그마저도 힘든 상태가 됐다.<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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