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들 정치에 관심 높다|여성 정치 문화연서 주요 도시 20대 이상 남녀 245명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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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여성 유권자들의 여성 문제에 대한 관심도는 남성 유권자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선거에서는 이와 관련된 공약 제시 여부가 여성 유권자 표의 향방을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 여성 정치 문화 연구소 주최로 12일 오후 1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릴「사회 전환기의 정치와 여성 의식」 세미나에서 발표될 요지.
이 연구소가 전국 주요 도시의 20대 이상 남녀 4백45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한국 여성의 정치 의식」 결과에 따르면 여성들 대부분 (86.2%)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관심을 보였던 여성들은 극히 적으며 (5.2%) 정치·사회적 불의 때문에 관심을 가진 여성들 (56.7%)이 많았다.
특정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도는 응답자의 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는데 여성들은 ▲사회 안정 (34.9%, 여 49.9%)과 ▲교육 문제 (남 1.6%, 여 7.2%)에 관심이 많은 반면 남성들은 ▲부동산 (남 14.3%, 여 11.9%) ▲민주화 (남 17.5%, 여 3.6%)에 관심을 나타냈다.
응답자들은 대부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불평등한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이를 정책적 과제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여성의 정치 활동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높은 지지율 (남 87.8%, 여 91·8%)을 보였다.
그러나 ▲여성은 남성보다 지도력이 부족하다는데 대한 반대 의견 (남 48%, 여 69.6%) ▲여성 문제는 여성 정치가가 더 잘 대표할 수 있다는데 대한 찬성 (남 66.7%, 여 79.2%) ▲여성 정치 참여 증진을 위한 쿼타제 실시에 대한 찬성 (58.8%, 여 73.1%)에서 성에 따른 뚜렷한 격차를 나타냈다.
조사를 담당한 주준희 교수 (아세아 연합 신학대·정치학)는 『이같은 결과는 여성 엘리트의 정치 의식이 상당한 정도로 일반 여성에게 확산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성의 정치 참여 문제에 대한 남녀의 견해차는 앞으로의 선거에서 여성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 대해 여성이 투표로 많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로 분석하고 있다.
김학수 교수 (서강대·언론학)도 「향후 선거에서의 여성 유권자의 정치 성향」이라는 발표를 통해 『지방 자치제를 조속히 실시해 폭력 추방·환경 보호 같은 생활 세계의 문제를 정치권이 다르게 되면 여성 유권자들이 이성적으로 후보자들을 판단, 투표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치적인 이슈와 관련된 여러 설문 조사에서 태도를 표시하지 않는 무응답자 가운데 여성이 20∼30%를 차지, 남성 무응답자의 약 2배가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들은 특히 정치적 무관심자들이어서 우발적인 선심 공세 등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정치적 이슈가 대부분 국가 전체의 사회 체계와 관련돼 있으며 실생활 문제와는 거리가 멀어 여성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야기 시키고 있다고 보고 여성의 정치 성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생활 세계와 가까운 정치적 이슈들이 쟁점화 될 수 있는 지방 자치제 실시 ▲참교육 등 생활 이슈에 대한 사회 운동을 전개할 것 등을 제시.
한편 이날 초청 강연을 맡은 피파 노리스 교수 (영국 에딘버러대·정치학)는 『민주 국가에서는 선거법에 따라 여성의 의회 진출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즉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겸용하는 국가에서 선거 제도가 여성의 후보 지명·선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비례대표제가 여성의 의회 진출에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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