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계 대표로 2007년 아카데미 출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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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재일동포 감독이 일본 영화계의 대표 선수로 뽑혀 할리우드로 간다.

1960년대 탄광촌에 드리운 산업화의 어두운 그림자를 경쾌한 춤과 노래로 표현한 '훌라걸스'의 이상일(32.사진) 감독이다. 이 영화는 내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의 일본 대표 작품로 한국 대표인 '왕의 남자'와 경쟁을 벌인다. '훌라걸스'를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이 감독을 16일 만났다.

"아카데미 출품은 전혀 뜻밖입니다. 일본 개봉이 지난달 23일이었는데 바로 직전에 일본영화제작자연맹에서 출품작으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죠. 자세한 설명은 없었지만 일본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힘겹게 살아온 사람들의 모습을 세계에 소개하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재일동포 3세로 태어나 조선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그는 영화사 시네콰논의 이봉우 사장을 만나면서 영화인생을 시작했다.

"영화는 꿈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이 사장의 말에 힘을 얻어 이마무라 쇼헤이 영화학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다. 재일동포 고교생의 자각과 성장을 그린 데뷔작 '청'(99년)으로 부산영화제를 비롯한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주목받는 신인으로 떠올랐다. '훌라걸스'는 이 감독의 다섯번째 작품으로 올 연말쯤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60년대는 석탄에서 석유로 에너지원이 바뀌는 산업화의 중요한 전환기였어요. 탄광이 문을 닫게 되자 탄광촌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죠. 그래서 온천 유원지를 만들고 훌라 춤을 배워요. 등장인물이나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지어낸 것이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그의 꿈은 재일동포의 이민사를 소재로 대작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부산=주정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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