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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 사/대/천/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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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올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연예계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꼬집은 '사대천왕(사진)'이 화제다. '야연'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홍콩의 인기 배우 다니엘 우(32)의 감독 데뷔작으로 지난달 26일 일반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매진됐다.

영화는 그와 친구 세 명이 보이밴드를 만들어 가요계에 데뷔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들의 가창력은 끔찍한 수준이지만 '아담의 선택'이란 데뷔곡은 그럴 듯하게 녹음된다. 순전히 녹음실의 기계 조작 덕분이다. 이어 연예기획사를 찾아가 가수 계약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기획사는 당초 약속했던 것보다 훨씬 불리한 조건을 내밀며 서명을 강요한다. 기획사에서 신인과 계약할 때 횡포를 부리는 행태를 고발한 것이다.

그러자 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데뷔하기 위해 교묘한 언론 플레이를 한다. 데뷔곡을 일부러 인터넷에 올린 뒤 "노래를 도둑맞았다"며 기자회견을 연 것. 거짓말이 사실처럼 대서특필되면서 이들은 엄청난 홍보 효과를 거둔다. 덕분에 방송사에서 순회공연 섭외가 들어온다. 여기서도 돈을 주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열렬 팬인 것처럼 피켓을 들고 있도록 하는 등 기획사의 농간이 드러난다.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은 최악이다. 술에 취해 여성팬과 어울려 돌아다니며 리허설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무대에 올라선 가사도 까먹고 춤도 엉터리로 추는 등 멤버 사이엔 호흡이 전혀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관객은 열광적인 호응을 보낸다. 다니엘이 불성실한 동료들을 꾸짖자 그들은 "팬들이 좋아하면 됐지 무슨 상관이냐"며 반발한다. 이들은 결국 밴드를 해체하고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난다.

우 감독은 "예술혼은 사라지고 오직 돈벌이만 남은 연예계의 그릇된 풍조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상식은 이미 비웃음거리가 된 지 오래다. 영화는 홍콩의 가요계를 소재로 했지만 사실은 연예계 전반에 퍼진 문제이고 한국이나 일본도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현실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다소 무거운 내용에도 우스꽝스러운 풍자를 많이 집어넣어 코믹한 분위기로 흐른다. 영화는 허구지만 다큐멘터리처럼 편집해 사실감을 높였다.

우 감독은 "주인공의 어리석고 흐트러진 뒷모습을 통해 연예인도 알고 보면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며 "많은 경우 대중에게 알려진 이미지와 실제 모습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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