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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외로운 나라(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알바니아가 어떤 나라인지는 그 나라의 현관인 리나스국제공항에서부터 알 수 있다. 우선 책을 마음대로 가지고 들어가지 못한다. 책갈피마다 뒤져보는 것은 말할것 없고,그 속의 사진 한장도 예사로 보아 넘기지 않는다.
카메라,전자계산기,라디오는 입국때 반드시 신고하고,출국때 가지고 나가야 한다. 그것을 누구에게 줄 경우는 아무개가 받았다는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관세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또 그 나라가 바깥에 노출되는 것이 싫은 것이다.
알바니아엔 나이트클럽,바,카바레 같은 것도 없다. 이슬람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도 알바니아라는 나라의 집권자는 잠시도 국민들의 마음을 죄지 않으면 불안한 모양이다.
알바니아 사람들은 오랜 습관을 하나 가지고 있다. 오후만 되면 온 동네사람들이 산책을 나간다. 아침 7시부터 오후 2시까지,저녁 5시부터 8시까지 근무시간. 그 나머지 시간엔 산책을 한다.
요즘 그 산책을 하던 사람들이 별안간 서방대사관으로 우르르 달려들었다. 몇십명도 아니고 3백명이 그랬다. 이들은 망명아닌 망명을 요청하고 있다. 바깥세상으로 좀 내보내달라는 사람들이다.
면적 경기도의 두배,위치 발칸반도의 동북쪽,인구 3백만명,1인당 국민소득 9백30달러,정식국명 알바니아사회주의인민공화국,동유럽의 마지막 스탈린주의 신봉국,1941년 알바니아공산당을 창건. 40여년간 혹독한 독재를 해온 호자서기장,85년 사망.
「미제」 침략기도를 빌미로 인구수만큼 토치카가 많은 나라.
그 알바니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외로운 나라」로 통하고 있다. 좌충우돌의 외교로,일찍이 소련의 흐루시초프 눈밖에 나서 관계를 끊었고,중국이 미국과 화해하자 중국과도 담을 쌓고 지냈다. 80년대 들어 다시 국교를 열긴 했지만 동유럽의 개방물결을 아직 멀기만 하다. 필경 공산독재의 전형인 부패 때문일 것이다.
노동당(공산당의 개명) 당료는 벤츠,각료는 푸조,외교관은 볼보승용차를 타고,이들은 별장지대의 주택에서 왕조같은 초호화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나라를 개방하면 이들의 설 자리는 물론 국가가 존립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이런 얘기가 별로 신기하지 않다. 바로 이웃에서 보고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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