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전총장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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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김영일 전 사무총장

지난해 대선 때 선거총괄본부장을 지낸 한나라당의 김영일 전 사무총장이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SK 비자금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金 전 총장은 회견문에서 "아무리 다급하다고 해도 당차원에서 불법적인 비자금 모금을 협의하고 특정인에게 이를 지시한다는건 상식에도 어긋나는 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다"며 "당시 후보는 자금의 모금과 집행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검찰에 출두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특히 金 전 총장은 "중앙당 후원회를 앞두고 열린 대책회의가 마치 비자금 모금을 위한 회의로 의심받고 있는데 그것은 해마다 후원회에 앞서 해온 통상적인 회의"라며 "이번 사건을 야당탄압 등 정략적 목적에 악용한다면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金 전 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최돈웅 의원이 얘기한 부분과 의견 충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崔의원은 자신은 전달자 역할만 했다고 했다.

"당에 무슨 대책회의가 있어서 비자금 모금을 논의하고 지시하고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후원회 전에는 한푼이라도 더 걷기 위해서 시도지부장, 상임위원장, 운영위원회 등도 열어서 독려한다. 그런 것이 무슨 불법적인 비자금 모금회의는 아니다. 그런 대책회의는 없다."

-그렇다면 당의 지시가 아니라 崔의원이 자발적으로 한 것인가.

"원론적인 말을 했는데 잘 헤아려 달라."

-독려반을 구성했다고 말했는데 누가 포함됐나.

"일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후원회를 10월말 경에 열었는데 1백18억원이 걷혔고, 절반 이상은 당원들의 당비였다. 기업들이 낸 후원금은 50억~60억원 수준이었다. 과거 후원회가 열릴 때 재정국이나 후원회 실무자들이 돈을 낸 기업들의 명단을 만들어서 '이 기업은 사정해보면 좀 더 낼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생각되는 곳을 고르고, 또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아는 곳을 뚫어보고….이런 것들을 얘기했었다."

-검찰로부터 출두 요구가 있나.

"아직 없다. 내가 좀 피해있었던 것은 수사과정에서 미리 말을 하면 수사에 혼선을 줄 우려가 있어서 그랬다. 사건 전모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나도 검찰수사를 보면서 '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구나'하고 생각하곤 했다. 崔의원도 당에서 돈이 어떻게 집행됐는지 모를 것이다. 나도 정확하게 모른다."

-돈이 당에 전달된 뒤엔 자금 집행은 총장 책임 아니냐.

"맞다. 방대한 선거기구에서 소요자금을 달라고 요청해 오면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배분하는 일을 내가 했다."

-후원회를 앞두고 회의가 있었나.

"회의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 통상 후원회를 앞두고 후원금 모금을 독려하기 위해서 회의를 한다."

-불법 자금인 것은 어떻게 알았나.

"아직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서 말하기는 그렇다. 인지 시점은 그때 가서 밝히겠다."

-대선 당시 정치자금이 단일 창구였나, 아니면 다른 기구가 있었나.

"선대기구가 방대했다. 지방과 각 지구당이 나눠져 있는 방대한 선거조직에서 중앙당 사무총장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소상히 파악하지는 못한다. 당의 재정이 어려워 자체적으로 모금을 하기도 해서 내가 다 알지는 못한다."

-후보에겐 어느 선까지 보고가 됐나.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고 했다. "

-불법적으로 돈을 받았다고 했는데…

"내가 알게 된 시점에 '이게 떳떳치 못한 돈이구나'하고 알았는데 지금 후회스러운 것은 '그 시점에 그걸 되돌려 주었어야 하는데'라는 후회를 한다. 그 땐 어려워서 '쓰고 보자'고 생각했으나 착잡한 심정이었다. 중앙당이나 연수원을 처분해서 갚아야할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정상적인 후원금 외에 별도 지원금이라서 쓰고 갚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다른 기업들로부터 따로 받은 것이 있나.

"선거기구가 방대해서 그런 곳에서 협찬받고 모금 받고 한 것은 일일이 알수 없다."

-SK 약정액이 1백억인가.

"아니다. 공식 후원금은 8억원이다."

-지금까지 수사가 순리적으로 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SK 비자금 수사는 교과서적이라고 느꼈다. SK로부터 압수하고 거기서 단서를 잡아 자금 전달자의 진술을 듣고 또 거기에 부합되는 증거를 수집하려고 노력하고…. 처음에 崔의원이 부인했음에도 자백안할 수 없게 완벽한 수사가 이루어졌고, 崔의원이 수수사실을 시인하고도 어디로 보냈는지 말 안하다가 다시 얘기안하면 안되도록 증거를 확보했다.

보통 내가 총장하면서 느낀건 공식적인 후원금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받았는지 등은 물어보지 않는 것이 관례다. 현금으로 받은 것이 당에 전달됐다는 것까지 확인됐고, 그래서 어떻게 쓰였는지 알기위해 재정국 관계자와 총장을 소환한다고 한다."

-법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했는데.

"사건에 관한 책임은 내가 혼자 지겠다. 법에 위반된 것이고 법적인 책임은 내가 지겠다."

-SK 비자금을 받은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언제 알았나.

"미리 밝히는 것이 도리가 아니다."

-1백억은 주로 어디로 갔나.

"자세히 못밝힌다."

-지도부의 신중론에 대해서는.

"내 잘못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

-기자회견은 당지도부와 상의했나.

"혼자 한 것이다. 어제 이재현 전 재정국장등이 출금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도 보기에 그랬다. 그래서 결심을 했다. 내가 기자회견 한다는 소식을 박진 대변인을 통해서 崔병렬 대표한테 알렸더니 '궁금하다'고 전화가 와서 회견 10분 전 쯤에 회견문을 팩스로 보내줬다. 그 뒤 전화는 없었다."

-법적 책임을 진다면 정치생명까지 건다는 것인데.

"그렇다. 내가 쓴 거니까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검찰출두는 언제하나.

"아직 소환은 없었고 아직 내 진술이 필요한 단계가 아닌가 보다. 언제든 출두요청오면 하겠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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