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후폭풍 쌀 한 톨 그냥 주지 않았다 ? … 총대 멘 통일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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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대북 포용정책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13일 "대북 포용정책을 매도.매장하려는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당국자는 이날 비공식 기자간담회를 자청,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막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며 "그러나 (대북)정책 방향이 틀렸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용정책에 의한 대북 지원이 핵실험 자금으로 전용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쌀 한 톨 주면서도 그냥 주지 않았다"고 '대북 퍼주기' 논란을 반박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직격탄을 맞아 온 포용정책 옹호를 위해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총대를 멘 것으로 해석된다.

◆ "쌀 한 톨도 그냥 주지 않았다"=이 당국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게 햇볕정책과 포용정책 때문이라는 질타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북한에) 쌀 한 톨 주면서도 그냥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4년 쌀 차관 40만t 제공에 합의할 당시를 언급하며 "서해상 우발 충돌 방지 및 선전수단 제거를 전제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200만㎾ 대북 송전을 약속한 것도 6자회담 복귀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북 포용정책이 가져온 성과를 강조했다.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파주 영어마을과 LCD단지가 조성된 것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과거 같이 '사재기' 등 혼란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남 인식이 상당히 호의적으로 바뀐 것 등이 모두 대북 포용정책의 효과라고 설명했다.

대북 지원이 결국 핵실험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북한 주민에게 쌀.비료를 지원한 것을 북한 당국이 안 쓰고 핵으로 돌릴 수 있었겠느냐"며 "1990년대 말까지 북한에 아사자가 많았는데 2000년 이후 거의 없는 것은 (우리가 지원한 쌀이) 북한 주민을 먹이는 데 들어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북한을 희망적 측면으로만 봐 온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인질범을 해결할 때, 기동타격대를 동원하는 방법이 있고 애인까지 데려다 읍소하는 방법이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인질범의 성격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읍소 방법을 택한다고 친(親)인질범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북핵 해결의 3대 원칙(▶북핵 불용(不容) ▶평화적 해결 ▶한국의 주도적 역할) 가운데 '북핵 불용'이란 대북정책 기반이 무너졌다. 정책 변화가 뒤따라야 하지 않나.

"국제사회와의 조율이 중요하다. 제재를 한다면 중국이 동참하고 중국과 함께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우리가 오버하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을 판단해 국제사회와 조율된 입장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조율된 조치를 취했을 경우 대북 제재의 효과가 있을까.

"모든 길을 막고 제재만 하면 상황 악화를 초래할 것이다. 핵실험을 했는데 아무 제재 없이 나가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또 다른 쪽에서 대화라는 비전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렇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을 계속하게 되느냐.

"지금 금강산.개성공단 사업을 끊는 것은 우리의 살을 찢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겠지만, 상대방(북한)을 아프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초안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금지하는 조항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들었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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