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사흘 지나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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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임채정 국회의장(中)이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左),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 얘기를 하고 있다. 임 의장은 본회의장에 늦게 들어오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호통을 치다 강력한 반발을 받은 뒤 언쟁을 벌였다. 오종택 기자

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12일 대북 핵실험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여야가 결의안 채택 논의를 시작한 지 사흘 만이다. 이날도 결의안을 채택하기까지 진통을 거듭했다.

여야는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긴급 현안질의를 한 뒤 곧바로 결의안 채택을 표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결의문안의 추인을 받기 위해 한나라당이 소집한 의원총회가 길어져 본회의는 한 시간이 지나서야 열렸다.

이 때문에 임채정 국회의장은 "중대한 본회의가 한 정당 때문에 1시간 늦어진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입장하는 의원들을 꾸짖었다. 이런 호통에 흥분한 한나라당 의원들도 "우리가 놀다 왔느냐" "편파적인 사회를 보지 말라"고 따졌다.

이에 임 의장은 "기본 질서도 못 지키며 무슨 소리하고 있어. 양당 대표들 나와"라고 반말로 외쳤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항의의 표시로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한나라당의 박희태(5선) 의원은 회의장을 떠나며 "국회에 들어온 지도 얼마 안 된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한다"며 4선의 임 의장을 비난하기도 했다.

결국 한나라당 소속 이상득 부의장이 사회를 맡는 조건으로 본회의가 속개됐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오후 4시쯤 입장했다. 곧 진행된 결의안 표결은 184명 출석에 찬성 150, 반대 18, 기권 16표로 가결됐다. 하지만 이에 앞서 이견도 속출했다.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빠져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도 "결의안에 미국 책임론도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의안 채택은 11일까지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실패하는 듯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대북사업의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삽입 여부 때문이었다. 하지만 비난 여론에 밀린 양당 지도부가 12일 오전 극적으로 결의안 작성에 합의했다.

이 때문에 본회의에 앞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선 일부 보수강경 의원들이 지도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김용갑 의원은 "(북한 핵실험에) 잘 대처하는 듯하다가 마지막에 이상한 논리에 휘말려 '웰빙 정당' 소리를 듣는다"고 주장했다.

이가영.남궁욱 기자<ideal@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 국회 대북 규탄 결의안 요지

대한민국 국회는 북한이 2006년 10월 9일 핵실험을 강행한 것을 강력히 규탄하고…(중략) 북한이 도발행위를 통해서는 어떤 명분과 목적도 달성할 수 없음은 물론 스스로의 안위조차 위태롭게 할 뿐임을 엄중히 경고하며…(중략) 현시점에서의 유일한 해결 방안은 북한 스스로가 핵무기와 모든 관련 계획을 폐기하는 등 즉각적이고 성의 있는 시정 조치를 취하고 무조건 대화에 나서는 것뿐임을 분명히 밝히며…(중략)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대한민국 국회는 북한의 핵실험과 핵 보유 주장을 용납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밝힌다.

2.북한은 금번 도발행위의 심각성을 명백히 인식하고 조속하고 근본적인 핵문제 해결을 위해 핵무기와 모든 관련 계획을 폐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로의 복귀와 6자회담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3.대한민국 정부는 유엔 및 관련 당사국들과의 확고한 공조 체제를 기반으로 북한의 핵 보유 시도에 대해 단호하고 체계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4.국제사회는 긴밀한 공조와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근본적이고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

5.대한민국 국회는 초당적 협력을 바탕으로 국회 차원의 모든 대책을 강구하는 등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국민적 힘과 지혜를 모으는 데 앞장설 것을 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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